30억년 세월이 만든 다리, 프랑스 미요대교[초록 그리고 평화] 자연의 모든 종과 체계 유용성과 관계없이 존경받아야프랑스 남부 미요 지방 타른강 계곡에 세워진 ‘세계에서 가장 높은 다리’. 해마다 100만 명이 넘는 여행자·건축학도들이 찾는 곳. 지역경제와 관광산업에 효자노릇을 톡톡히 하는 남프랑스 명물. 바로 ‘미요대교(Le Viaduc de Millau)’다. 사전조사부터 시작하여 계획, 설계, 착공, 시공에 들어간 시간만 17년이 걸린 이 다리는 2004년 12월 세상에 거대한 몸체를 드러냈다.
그런데 17년의 세월이 만든 다리일까? 틀린 말은 아니지만, 맞는 말도 아니다. 미요대교 건설공사에 동원된 1차 원료를 생산해 낸 것은 사람이 아니라 세 개의 주요 지질시대에 걸쳐 살았던 생물체들의 활동이다. 35억 년 전, 남조류(시아노박테리아)는 맨 처음 생겨난 바다 속에서 산소를 만들어 내기 시작했다. 이 산소는 바닷물에 용해되어 있던 철을 산화시켰고, 이 철 산화물이 쌓이고 쌓여 오늘날의 철 광맥을 이루었다. 약 3억 년 전, 석탄기의 다양한 식물종은 탄소 가스를 끌어 모아 지금 우리가 사용하는 석탄을 만들어 냈다. 석유도 약 1억 년 전에 똑같은 방법으로 만들어졌다. 이 화석연료들은 미요대교를 건설하는데 유용하게 쓰였다. 그리고 약 1억 5000만 년 전, 단단한 석회질 껍질을 가진 수많은 미세 조류들이 쌓이면서 침전물을 형성했다. 오늘날 우리는 채석장에서 이것을 파내어 시멘트를 만들고 있다. 미요대교를 짓는 데에는 17년밖에 걸리지 않았지만, 실제로는 다양한 생물들의 수억 년에 걸친 활동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다른 건축물들, 다른 생산물들도 다르지 않다. 이처럼 지구에 사는 수많은 생물들은 오랜 옛날부터 인간의 삶에 꼭 필요한 자원을 제공해 왔다. 우리는 이 생물들 덕분에 식량, 산업, 건강, 복지, 여가 활동 과정에서 엄청난 혜택을 누렸다. 우리 후손들 역시 마찬가지일 것이다. 우리에게 지구상의 모든 생물체는 든든한 ‘보험’ 같은 것이다. 그러면서 사람들은 화석연료 고갈, 동식물의 서식지 파괴, 무분별한 동식물 채취에서 나타나듯이 자연의 생물다양성(biodiversity : 생물체들 간의 다양성과 변이 및 그들이 살고 있는 모든 생태적 복합체들을 통틀어 일컫는 말로 지구상에 존재하는 생명 전체를 의미)이 마치 마르지 않는 저장고라도 되는 것처럼 마구 끌어다 쓰고 있다. 35억 년 동안 이 지구상에서 펼쳐져 온 장구한 생명의 역사, 그 순간들을 장식했던 수많은 생물다양성에 비하면 지금의 생물다양성은 미세한 먼지에 불과하다. 생물의 수명은 유한하다. 이 수명이 생물종에 따라 200만 년부터 1000만 년까지 천차만별이라는 것을 우리는 화석자료에서 알아냈다. 대체로 1000여 종 가운데 하나의 종이 1000년마다 사라지는 것이 자연스러운 멸종의 비율이다. 이러한 비율로 ‘꾸준하게’ 멸종이 진행되고, 거기에 적어도 다섯 차례의 위기가 더 있었다. 그 사이 심각한 위기를 여러 차례 겪으면서 생물종과 과(科)의 2/3 이상이 지구상에서 사라졌다. 우리는 지금 여섯 번째 위기를 맞고 있다. 그 이전까지의 멸종은 기후나 우주의 재난 때문에 일어났다. 그런데 오늘날에는 멸종을 일으키는 원인이 전체 생태계 속의 한 종인 ‘인간’이라는 점에서 전례 없는 특수성을 보여주고 있다. 이러한 엄청난 위기들이 가져다 준 상처와 피해를 치유하는 데 500만 년에서 2500만 년이 걸린다고 한다. 현재 일어나고 있는 생물다양성의 감소는 우리의 시간관념 체계로는 도저히 돌이킬 수 없는 심각한 현상임에 틀림없다. 그래서 생물다양성의 보전은 우리 인류의 생존과 안녕을 위해 절대적으로 필요한 일이다. 자연계를 구성하는 모든 종들은 다 상호의존적이기 때문에 그 균형을 깨는 일은 그 어느 구성원에게도 궁극적인 이득이 될 수 없다. 따라서 인간도 다른 종들과 마찬가지로 생태적 제한 속에서 살아야 하고 지구의 청지기로서 그 임무를 충실히 이행해야 한다.(최재천 교수) 그런데 그게 쉽지 않다. 지금 우리가 어떤 행동을 하느냐에 따라 우리 아이들과 후손들의 미래가 결정된다고 아무리 강조해도 생물다양성 보전이 당장 우리 눈앞에 놓인 다양한 사회경제적 문제들에 비해 그다지 심각하고 급박하게 느껴지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또 과거에 대규모의 생물 멸종 사태가 일어났음에도 여전히 이 지구상에는 생물체들이 넘쳐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어떤 생물종이든 언젠가는 멸종하게 되어 있고, 새로운 종이 등장하기 위해서는 수십 만 년이 지나야 가능하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 인류 스스로 ‘지속 가능한 세계’를 갈망한다면 생물다양성 보전에 대한 확고한 철학과 신념이 있어야 하고, 어떻게 행동할 것인지를 결정해야 한다. 세계자연보전연맹(IUCN)이 말한 대로다. “자연의 모든 종과 체계는 인류에 대한 유용성과 관계없이 존경받아야 한다.” 내마음속의 굴렁쇠 <저작권자 ⓒ 국제기독교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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