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에서 지난 3월 3일 공개한 8부작 다큐멘터리 “나는 신이다: 신이 배신한 사람들”이 큰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기독교복음선교회(정명석), 오대양(박순자), 아가동산(김기순), 만민중앙교회(이재록)에 대해 다뤘으며 시청자들은 충격 그 자체라며 입을 모았다.
방송금지 가처분 신청 기각
방송에 앞서 기독교복음선교회(정명석, JMS)가 “나는 신이다”에 대해 서부지방법원에 방송금지가처분을 신청했다. 기독교복음선교회는 “정명석의 교인들에 대한 성추행 등이 사실인 것처럼 왜곡하고 있다”며 “이 사건 프로그램은 이에 관련된 허위의 내용을 단정적으로 표현하고 있고, 정명석에 대한 불리한 여론 조성을 통하여 관련 민·형사 재판에 영향을 미칠 의도로 이 사건 프로그램의 내용 및 방영 시기를 정하였음이 명백하다”며 방송금지 및 간접 강제에 관한 가처분을 구했다.
이에 서부지방법원은 ▲상당한 분량의 객관적 및 주관적 자료들을 수집한 다음 이를 근거로 이 사건 프로그램을 구성한 것으로 보(인다) ▲정명석의 신도들에 대한 성범죄 혐의를 다룬 이 사건 프로그램은 관련 내용에 대한 사회적 경각심을 일깨움으로써 유사한 피해의 재발을 방지하고자 하는 공익적 목적으로 제작되었다고 충분히 볼 수 있다 ▲이 사건 프로그램이 관련 형사소송에 부당한 영향을 준다고 단정하기 어렵다는 등의 이유로 기각했다.
JMS 정명석의 여신도 성폭행
▲정명석을 메시아라고 주장하는 JMS (출처: 유튜브 채널 <넷플릭스 코리아>)
“나는 신이다”는 JMS(기독교복음선교회)에 대해 3화에 걸쳐 방송했다. 1화는 “JMS, 신의 신부들”, 2화는 “JMS, 적색수배 메시아”, 3화는 “JMS, 전자발찌 메시아”다.
1화에서는 JMS의 시작과 성폭행에 대해 다뤘다. JMS 초기 서울대, 연세대, 고려대, 카이스트 등 명문대학생들이 가득했고, 행사에는 화려하고 활기찬 모습에 매력을 느껴 대학생들이 모이기 시작했다고 전했다. 교리 교육을 통해 정명석이 메시아인 것을 믿게 되었고, 면담이나 건강검진을 한다는 명분으로 정명석이 성추행 또는 성폭행을 일삼았다고 피해자들은 증언했다. “다른 이성을 만나지 말라. 만나면 지옥행이다”, “결혼하면 이혼하게 될 것이고 기형아를 낳게 될 것”이라며 남자들과 멀리하도록 했고, 미행하고 죽인다고 협박하는 등 두려워 고소할 수 없도록 막았다는 피해자의 고백이 이어졌다.
2화는 정명석의 해외 도피와 체포 과정을 담았다. 탈퇴자 황 모 양 납치 사건이 세상에 알려지면서 정명석의 실체가 크게 보도되자 1999년 정명석은 해외 도피생활을 시작했다고 밝혔다. 해외에서도 국내 젊은 여신도들을 불러 성폭행을 하고, 현지 여대생들까지 건드리며 여러 나라를 다니면서 성폭행과 도피생활을 이어간 내용을 전했다. 2003년 적색 인터폴에 수배가 내려졌고, 엑소더스 회원들이 직접 잡은 과정, 정명석이 보석금을 내고 풀려나 밀항한 내용, 정명석을 직접 잡았던 엑소더스 회원과 가족을 무차별 폭행했던 피해자의 증언, 정명석의 체포 내용이 이어졌다.
3화는 재판 시 정명석의 초라한 모습과 출소 후에도 계속된 성폭행과 다시 구속된 것에 대해 다뤘다. 체포 후 한국으로 송환된 정명석이 재판에서 거품을 물고 쓰러지는 모습, 대질신문에서 검사 앞에서 무릎을 꿇고 잘못했다고 빌었던 모습, 법정에서는 자신이 메시아가 아니라고 부정한 모습 등 한결같이 비겁하고 초라한 정명석의 모습을 그렸다. 10년 수감을 마친 후 전자발찌를 차고 나온 정명석이 여전히 성폭행을 한 과정을 담았다. 홍콩 여신도가 10여 차례 성폭행을 당했던 당시 상황에 대해 증언했고, 성폭행 당시 녹음된 파일도 공개했다. 기자회견을 열어 정명석의 만행을 폭로하고 고소하며 피해자가 더 이상 나오지 않기를 바란다는 피해 여신도의 모습을 담았다.
오대양, 집단 자살인가 타살인가
▲오대양 대표이자 교주 박순자 (출처: 유튜브 채널 <넷플릭스 코리아>)
오대양에 대한 내용은 “오대양, 32구의 변사체와 신”이라는 제목으로 4화를 통해 소개되었다. 4화는 겉으로는 번창한 것처럼 보였던 회사 오대양에서, 사장 박순자와 31명의 사람이 숨진 상태로 발견된 사건을 놓고 풀어가는 내용이다. 방송은 1987년 8월 29일, 경기도 용인시 처인구 남사면에 있던 오대양(주)의 공예품 공장 식당 천장에서 32명의 시신이 발견된 내용으로 이어간다. 오대양 대표 박순자와 그녀의 가족 그리고 종업원으로 파악된 사람들의 손이 묶이거나, 목에 끈이 감겨 있었다. 자살인가 타살인가 공방이 오갔으나 타살로 무게가 실리고 있음을 소개했다.
그러면서 박순자가 많은 사람에게 자수성가한 여성 사업가라는 호칭과 함께 칭송을 받아왔고, 유치원, 양로원, 보육원을 사들여 사회사업을 이어왔지만 겉과 속이 달랐다고 전했다. 나는 신이다에서는 집단생활을 하며, 신도의 자녀는 물론이고 고아들에게 박순자만이 진짜 엄마라고 주입했다. 이뿐만 아니라 신도들을 구타하거나 감금 통제한 이면성을 들어냈다. 이어서 오대양 사건이 타살로 보이는 이유를 풀어갔다.
나는 신이다는 박순자가 전자제품에 투자했다가 사기를 당하고, 이 손실을 만회하기 위해 신도들에게 총 170억 원에 달하는 사채를 끌어오게 했다고 전했다. 그러나 박순자가 원금을 갚지 않았고 이 돈을 돌려받기 위해 찾아온 신도의 가족을 또다른 신도들을 동원해 집단 폭행했다. 심지어 채무 포기각서를 쓰게 하면서 신도의 가족들은 경찰에 고소하게 된다. 이들은 범행과 조직의 전모가 공개될 것을 우려해 집단 자살극을 벌인 것으로 추정했다. 그 이유에 대해 오대양 사건이 발생했을 때 집단 자살의 원인이나 자세한 경위에 대해서는 아무것도 밝혀지지 않은 채 수사가 마무리됐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국회 5공 비리 조사 특위에서 오대양 사건은 재수사가 이뤄졌고, 그러면서 새로운 의혹들이 밝혀지기 시작했다고 풀어간다. 나는 신이다는 타살로 보여지는 의혹들을 소개했다. 가장 큰 의혹은 ‘과연 32명의 집단 자살이 가능한가’였다. 당시 사체에는 살아있는 상태에서 목이 조여 살해될 때 생기는 ‘일주흔’이 남아있었다. 특히 동료들을 교살시키고 마지막으로 목을 맨 것으로 알려진 이경수에게서 일주흔이 나왔다.
또 다른 의혹은 사건 현장에서 발견된 삼우트레이딩 명함이다. 당시 삼우트레이딩은 기독교복음침례회 대표 유병언이 이끌고 있었다. 이것을 근거로 박순자가 유병언의 하수인이라는 의혹이 제기된다. 사건 현장에서는 ‘알파와 오메가’라는 제하의 유병언 설교집이 발견되기도 했다. 방송에서는 오대양은 유병언을 위해 사채를 모으기 위한 회사였으며 오대양이 개발비 명목으로 모은 돈을 보내면 그 돈을 유병언이 사용했다는 여러 증거들을 다뤘다.
이 사건은 91년 7월 구원파 신도 6명이 돌연 “자신들이 오대양 사건을 저질렀으며 박순자 씨가 지시했다”고 자수하면서 다시 불거진다. 그러나 이들은 자수 1년 전부터 유병언의 세모 간부들 및 현직 경찰들과 모임을 하고 말을 맞춘 것으로 드러났다. 박찬종 전 의원 등은 오대양의 사채가 세모로 유입됐다고 주장했으며 실제로 오대양의 사채가 일부 세모로 흘러 들어간 사실이 포착됐다. 박순자가 끌어들인 사채가 사채모집총책을 거쳐 유병언에게 올라갔다는 의혹이다. 그러나 검찰은 그해 8월 유씨를 상습사기 혐의로 구속했을 뿐, 무성한 의혹들의 실체에는 접근하지 못한 채 또다시 수사를 종결했다.
김기순 아가동산, 지상천국은 없었다
▲아가동산 교주 김기순 (출처: 유튜브 채널 <넷플릭스 코리아>)
아가동산에 대한 방송은 5화(아가동산, 낙원을 찾아서)와 6화(죽음의 아가동산)로 소개되었다. 5화에서는 김기순이 자신의 왕국 아가동산을 설립하고 공동체 생활을 시작한 이야기와 함께, 그 공동체 내부의 충격적인 실상을 신도들이 전하는 내용이 담겨있다. 6화에는 아가동산에서 일어난 몇 건의 사망 사건이 언론에 보도된 데 이어 검찰이 김기순을 기소하지만, 목격자들의 증언이 엇갈리면서 재판이 복잡해지는 내용으로 구성되었다.
나는 신이다는 평범한 가정주부에서 사이비 집단 아가동산의 수장이 된 김기순이 하루아침에 교주가 될 수 있었던 것은 그녀가 출석하던 주현교회의 대표 이교부가 2년이 넘는 실형을 선고받으면서였다고 소개한다. 그러면서 김기순이 면회 때 이교부가 교회를 잘 맡아달라는 말을 했다고 주장하며 신도들을 규합했다고 전했다. 그렇게 수장으로 올라선 김기순은 본격적으로 활동을 시작한다.
어린아이를 뜻하는 “아가야”가 되지 않으면 천국에 가지 못한다고 설파하며, 본인을 “아가야”로 규정했다. 이후 1982년 경기도 이천에 약 4000평에 달하는 땅을 사들여 “아가동산”을 세웠다. 김기순은 많은 신도에게 세상에 곧 종말이 올 것이고, 자신을 따르는 사람들만이 영원한 삶을 살 수 있는 “천년왕국”에 들어갈 수 있다고 주장했다. 김기순의 말에 미혹된 많은 신도들은 아가동산을 천국이라 생각하고 전 재산을 바치고 입성한다.
그렇게 신도들의 공동체 생활이 시작되었다. 김기순은 천년왕국을 완성해야 한다며 건축을 이어간다. 자금이 필요했기에 많은 신도들이 무임금으로 노동착취를 당한다. 천년왕국 완성이라는 이름 아래 농사는 물론이고 장사를 이어갔고, 이후에 ‘신나라레코드물류’를 세워 사업을 이어갔다. 초특가 등을 내세워 시장을 점유해갔다.
넉넉한 재정과 함께 자신을 신격화하는 신도들이 생겨나자 김기순은 비윤리적, 반사회적 행보를 이어간다. 세간에 충격을 주었던 부분은 자신의 말을 듣지 않는 신도를 또 다른 신도들을 사주해 죽음에 이르게 했다는 탈퇴자들의 증언이다. 지상 천국을 외쳐왔던 곳에서 중노동을 넘어 생사가 오가는 모습에 신도들은 염증을 느꼈고 김기순을 고발한다. 대법원에서 징역 4년 벌금 56억을 선고 받지만 살인 혐의는 증거 불충분으로 무죄가 적용되었다.
감옥으로 간 신이 된 남자, 이재록
▲만민의 신이 된 남자, 이재록 (출처: 유튜브 채널 <넷플릭스 코리아>)
만민중앙교회에 대한 내용은 7화, 8화로 총 2부에 걸쳐 방송했다. 7화는 “만민의 신이 된 남자”, 8화는 “감옥으로 간 만민의 신”이다.
7화는1999년 5월 11일, 이재록 목사와 만민중앙교회에 대해 다룬 〈PD수첩〉의 방송을 막기 위해, MBC 본사를 습격해 방송사고를 낸 신도들의 모습을 담았다. 그뿐만 아니라 이재록이 신도들의 헌금으로 라스베이거스에 가서 도박한 정황이 탈퇴자의 입을 통해 밝혀졌다. 이재록 신격화에 대한 내용도 다뤘다.
이재록이 설교할 때, 예배 사회자 혹은 방송실 관계자들은 ‘천사가 보인다’, ‘당회장님 손등에 독수리와 네생물이 있다’, ‘머리에 면류관이 있다’, ‘뒤에 빛이 있다’며 이재록을 높였다. 탈퇴자들은 만민중앙교회에서 해와 달, 벽면의 얼룩에서 이재록의 형상을 찾는 작업을 꾸준히 했다고 밝혔다.
8화는 헌금강요와 이재록의 성 문제에 대해 다뤘다. 이재록은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헌금을 걷었다. 이재록과 사진을 찍거나, 이재록에게 기도를 받으려면 1000만 원을 내야 했다. 교회 내에 위치한 만민서점에서도 이재록의 굿즈를 판매하며 신도들의 돈을 걷었다.
이재록은 여신도를 은밀히 불러 성폭행한 후 신도들로부터 받은 헌금을 빼돌려 여신도에게 수백만 원을 쥐여주며 돌려보내기도 했다. 탈퇴자들은, 이재록이 “간음에 대해 강조했다”며 “어떤 (남자) 선배가 여러 몇 건의 이성과의 문제가 있었고, 이재록이 알게 되면서 큰 장애로 적용하고 구원 못 받는다고 하니까 결국 성기를 잘랐다”는 충격적인 말을 전했다.
넷플릭스에 공개되자마자 연신 1위를 기록하며 전 세계의 관심을 집중시킨 “나는 신이다”는 국내 이단 교주 및 단체들의 실체를 낱낱이 파헤쳤다. 2년여 간의 제작 기간만큼이나 잘 짜여진 구성과 피해자들의 구체적인 증언이 이단단체에 빠지게 되는 과정과 탈퇴가 어려운 이유까지 보여준다. 여전히 피해자를 양산하는 이단사이비의 활동이 멈추지 않는 만큼 항상 삼킬 자를 찾는 이단에 주의하는 습관이 필요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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