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쪽 팔 잃은 전쟁고아가 시인으로 교수로

정지희 기자 | 기사입력 2013/02/03 [09:33]

한쪽 팔 잃은 전쟁고아가 시인으로 교수로

정지희 기자 | 입력 : 2013/02/03 [09:33]
문서선교를 통한 복음전파에 주력해온 기독교문인선교회(회장 전규태)에서 사랑과 믿음의 자서전 <시인 유승우>를 출간했다.

책의 소재가 된 유승우(73) 시인은 박목월 선생님의 제자로 현대문학지를 통해 문단에 나온 중견시인으로 인천대학교 국어국문과 교수를 역임하고, 사단법인한국현대시인협회 이사장을 지냈으며, <바람 변주곡> 등 8권의 시집을 발간, 베스트셀러 반열에 오른 원로시인이다.



미군부대 빨래비누 행상하며 공부...인간승리 드라마로

대학교수로서, 시인으로서, 대학의 학장과 시인협회 이사장을 지낸 바 있는 유승우 시인의 지나온 역정을 보면 그리 평탄치만은 않았다.

부친께서 돌아가신 2년 뒤에 6.25전쟁이 났고, 형이 반공투쟁에 앞장섰다는 이유로 어머니와 누나 그리고 형수가 마을사람들 32명과 함께 공산당에게 처참한 죽임을 당했을 때 시인은 열 한살의 소년이었다.

이때 학살당한 38명의 위령탑을 KBS에서 1985년에 남이섬으로 건너가는 주차장에서 건너다보이는 강원도 쪽 나루터 높은 곳에 세웠다.

전쟁 고아가 된 시인은 설상가상으로 1.4후퇴때 비행기 폭격으로 왼쪽 팔목까지 잃었다. 그래서 외팔이 고아소년이 된 시인은 미군부대에서 흘러나온 빨래비누를 행상으로 판매하여 학비를 마련하는 고학생이 되었다.

11세때 어머니 누나 공산당에... 폭격에 팔목 잃어

"나는 한쪽 팔이 없어서 노동을 할 수 없으니, 죽으나 사나 공부를 해서 선생님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한 시인은,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우여곡절을 겪으면서 대학을 졸업하였고, 교사가 되었고, 시인이 되었으며, 박사학위까지 받아, 마침내 교수가 되었다. 자칫하면 나락으로 떨어질 수 밖에 없는 불행했던 어린 시절을 이겨낸 감동의 드라마가 이 책에 담겨져 있다.

유승우 시인은 장로(소사제일교회, 명예)직분을 가진 크리스천이다. 사람이 살면서 고난을 겪는 것은 일상일 수 있다. 그렇지만 시인처럼 외팔이 고아소년이 고학생으로 성장해 시인에, 교수에, 박사까지 되었다는 것은 그리 흔하지 않을 것이다.

시인은 책에서 하나님은 외롭고 고통스러운 자신의 삶에서, 어려운 삶의 고비 고비마다 천사를 보내 주셨다고 술회한다. 형수가 그러했고, 가정교사로 일했던 친척집 주인이 그러했고, 아내가 그러했다.

시인은 대학 4년을 전액 장학금을 받고 다닐 수 있었던 것, 진정 아름다운 여인을 만나 사랑하고 결혼하여 가정을 꾸릴 수 있었던 것, 또한 소망했던 학교 선생이 될 수 있도록 끊임없이 이끌어 주시던 스승 박목월 선생님까지 회고하면 모두 하나님이 유승우를 위해 보내주신 천사들이라고 시인은 울먹이며 말한다.

결혼 45주년을 맞은 지금도 아내만 바라보면 가슴이 두근거리며, 감사의 눈물이 흐른다는 시인은, <행복>이란 제목으로 “아내와 내가 / 서로 바라보고 웃는다 / 참 행복합니다 / 언젠간 오겠지만, 반드시 오겠지만 / 우리 둘 중 누가 하나 먼저 간다면 / 그냥 상상해 본겁니다. / 눈물이 앞을 가립니다”라는 감성이 살아 숨쉬는 작품을 발표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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