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나를 파렴치한으로 몰고있다"

류재복 기자 | 기사입력 2015/08/05 [08:25]

"검찰이 나를 파렴치한으로 몰고있다"

류재복 기자 | 입력 : 2015/08/05 [08:25]

     
 
 
검찰 출두 앞둔 조현오 전 경찰청장의 분노 

 
[류재복 대기자]
부산지검 특수부(부장 김형근)는 조현오 전 경찰청장에게 출두를 통보했다. 피의자 신분이다. 출소 1년여 만에 조 전 청장은 뇌물 수수 피의자로 검찰 조사를 받는 처지가 됐다. 이에 대해 조 전 청장은 최근  '명백한 표적 수사이자 원한 수사다. 검찰이 파렴치한으로 몰고 가는 것에 분노한다'라고 말했다.

부산 지역 건설업자 정 아무개씨에게 5000만원을 수뢰했다는 혐의에 대해 조 전 청장은 "검찰 주장대로 내가 정씨에게 인사 청탁 명목으로 돈을 한 푼이라도 받았다면 할복하겠다"면서 "검찰은 돈을 받았다는 나를 조사하지도 않고 꿰맞추기 식으로 영장을 청구하니까 법원에서 문제가 있다고 보고 기각한 것이다. 처음에는 5000만원을 경찰청장 공관에서 인사 청탁 대가로 받았다고 했다. 그다음에는 서울청장실과 부산의 한 호텔에서 각각 3000만원과 2000만원을 받았다고 해 포괄적 뇌물죄로 영장에 적시했다는데 법원에서 모두 기각했다. 얼마나 어이없는 부실 짜맞추기 수사였으면 그랬겠나?"라고 밝혔다.

 
그는 또 "정씨를 공관에서 만날 정도면 친분이 깊은 사이 아닌가?"라는 질문에 "정씨는 2008년 10월 내가 부산청장 시절 경찰발전위원으로 소개받아 처음 알았다. 그 뒤 부산 경발위 모임에서 한두 번 만난 일이 있고, 이따금씩 전화를 불쑥 걸어 '존경합니다'라고 너스레를 떨며 주위에 모인 사람들에게 전화를 바꿔 인사시킨 적이 있어 호의적 이미지를 갖고 있던 사람이다. 청장 시절 공관 앞을 지나다가 생각나서 전화했다고 하기에 차나 한잔 하고 가라고 들인 것이다. 당시는 경찰 인사가 끝난 지 3개월이 지난 시점이었는데 인사 청탁 명목으로 나에게 돈을 줬다는 것이 말이 되는가. 그날 공관을 다녀간 뒤 지금까지 4년 동안 정씨를 단 한 차례도 만난 적이 없고 전화통화를 한 적도 없다. 돈을 수천만원씩 주고받는 사이였다면 그게 가능하다고 보는가?"라고 답했다.

조 전 청장은 "삼화저축은행 신삼길 회장도 같이 만났다. 당시 신삼길씨는 수배자였는데?"라는 질문에는 "먼저 공관에 들어온 정씨가 '일행 한 명이 밖에 있다'라고 해서 같이 와도 좋다고 했더니 신삼길 회장을 불러들이더라. 신삼길이 수배자라는 것을 알았다면 그 자리에서 체포했을 것이다. 그날 일을 생생히 기억하는 이유는 공관에 다녀간 지 며칠 안 돼 삼화저축은행 영업정지 사건이 터졌기 때문이다. 둘 사이에 어떤 거래가 있었는지 모르지만 나에게 그 돈이 왔다는 것은 천부당만부당한 일"이라고 밝혔다.

그는 또 정 아무개씨가 돈을 줬다고 하는 사실에는 "정씨가 부산에서 건설 분양사업을 하면서 횡령죄로 지금 집행유예(5년) 기간이다. 또 횡령 혐의로 걸려들면 꼼짝없이 징역 10년을 살아야 할 처지에서 검찰이 플리바기닝(수사에 협조하면 형벌을 감면해주는 것)을 했다고 본다. 정씨 입장에서는 검찰이 횡령을 빼준다 하니 검찰이 원하는 '조현오 죽이기' 그림대로 맞춰줘야 했던 것 아니겠는가?"라면서 중학교 동창 송 아무개씨에 대하여는 "법원이 내게 뇌물을 전달했다는 정씨에 대한 구속영장을 두 차례나 기각하자 검찰이 다음 차례로 등장시킨 게 부산 지역에서 비위 혐의로 구속 중인 곽 아무개 경감이라고 한다. 그가 경찰청장이던 내게 경위에서 경감으로 승진시켜달라고 청탁하면서 제3자를 통해 1200만원을 전달했다는 것이다. 곽 경감이 또 다른 내 중학교 동창인 부산 모 대학 박 교수에게 그 돈을 전달하자 박 교수가 친구 송 조합장에게 건네서 송 조합장이 나에게 최종적으로 돈을 주었다는 황당한 소설이다. 경위에서 경감 승진은 지방청장 권한이고, 내가 누구를 승진시키라고 해서 맘대로 되는 게 아니다. 더구나 인사 청탁자라는 곽 경위는 당시 승진에서 탈락했다. 청탁을 받았다면 받은 돈을 돌려줬어야 할 것 아닌가?"라고 토로했다.

검찰이 '조현오 죽이기'에 나섰다는 주장에 대하여 조 전 청장은 "청장 재직 시절 수사권과 관련해 검찰과 각을 세웠다. 검찰과 청와대 민정실의 온갖 압박을 뿌리치고 형사소송법 개정을 관철해 경찰이 수사개시권을 갖게 되었고, 이어서 경찰청 범죄정보과를 만들어 검사의 비위를 수사하게 했다. 김광준 검사 10억 뇌물수수, 벤츠 여검사 사건, 원주별장 성접대 사건 등 과거 경찰에서는 엄두도 못 낼 사건들이 신설된 경찰 범죄정보과의 활약 덕분에 터져나왔다. 검찰은 조직 역사상 이것을 가장 뼈아프게 생각하고 있다고 들었다. 이번 수사는 개인 조현오에 대한 검찰의 복수심만이 아니라 현직 경찰들에게 '너희들 까불면 이렇게 당한다'라는 것을 보여주기 위한 다목적 포석이 깔려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끝으로 검찰 출두에 앞서 하고 싶은 말에 조 전청장은 "검찰은 내가 건설업자 정씨로부터 5000만원을 받았다고 하는데, 경찰의 명예를 걸고 결코 파렴치하게 살지 않았다. 또한 곽 경위가 당시 경감 승진에서 탈락하여 금품이 오간 인사 청탁 로비는 황당한 소설이라는 것이 드러났고, 설령 나를 겨냥해 말단 경위가 어떤 로비 시도를 했다손 치더라도 자기들끼리의 장난에 불과하다. 이런 허위 내용을 외부에 흘리는 것은 결국 기소 여부를 떠나 나를 흠집 내겠다는 의도가 아니고 무엇이겠나. 검찰의 무리한 표적 수사로 나는 이미 국민에게 뇌물 받고 매관매직한 파렴치한으로 인식되었다. 검찰권을 이렇게 행사해도 되는가. 사건이 끝나면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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