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쐐기골 공주세광교회 이야기..'9순의 게이트선수'
 
추광규 기사입력  2014/06/09 [04:45]

작은 농촌교회 이야기라 글을 쓰기에 망설여진다. 계간지 '농촌과 목회'에서 연락이 와서 이제 세광 30년, 목회자 나이 60에 정리하는 마음으로 펜을 들었다. 공주세광교회는 충남 공주시 이인면 주봉리 21 쐐기골이라는 열 여섯 집이 마을을 이루고 있는 곳에 있는 작은 교회이다. 
 
▲ 교회전경      © 이상호

 
# 농촌목회 동기
 
필자는 충남 부여와 서천 보령 3군계 아주 시골마을에서 태어나 어린 시절을 보내며 중학교 3학년 때부터 예수를 믿기 시작하여 교회에 다녔다. 예수 믿기 전에는 무척이나 수줍고 약하고 못나고 한없이 부족했었다. 왜 공부를 하는지, 왜 사는지를 몰랐었기에 자존감이나 자아정체성이 전혀 없었다.
 
그런데 교회에 다니면서 자신이 천지를 지으신 하나님의 아들이라는 깨달음과 하나님의 형상으로 지음 받은 천하보다 귀한 생명임을 깨닫는다. 자연히 자존감도 높아지고 삶의 목적도 생겼다. 고등학교도 대학도 갈 수 없는 형편이었지만 예수 믿는 것이 너무 좋아서 거의 무료로 고학으로 예수 믿는 미션학교, 예수 배우는 신학교를 다닐 수 있었다.
 
예수에 미쳐 살다보니 신학이 재미있었고 목사고시에도 합격하여 비교적 이른 나이 28세에 목사가 되었다. 참 철없는 목사였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농촌목회에 대한 꿈이 있었다. 그래서 신학교 동기 중 7명이 '보습회'라는 걸 만들어 지금까지 모이고 있다. 보습이란 땅을 갈아엎는 쟁기의 맨 밑바닥 부분에 들어가는 농기구의 하나다. 젊음을 바쳐 농촌에 들어가 농촌을 풍요롭게 개혁하고 밑바닥에 들어가 살자는 의미였다.
 
그래서 자연스레 작은 면소재지 교회 전도사로 시작하여 리소재지 농촌교회 담임목사로 청빙 받아 교회 사택을 지으며 잘 나가다가 갑자기 사표를 내고 이곳 공주로 이사하여 1984년 말부터 세광교회 개척목회를 시작하였다.(그 이야기를 다 하자면 길기에 생략) 그러니까 올해로 목회를 시작한 걸로는 34년이고 세광교회 근속 30주년을 맞는 셈이다.
 
# 도시 개척교회 사글세 세광교회(1984년)
 
농부의 아들로 태어나 농촌에서 자라나 농촌목회를 하려던 자가 작은 도시에서 무일푼 사글세 개척교회를 시작하였다. 안정된 농촌교회를 떠나 생판 모르는 도시에서 노동자, 행상, 외판원, 소년소녀가장 등 도시빈민들과 함께 고난의 목회를 자행하였다.
 
그리고 바로 이어서 87년 6월 항쟁과 9.26 성전 최루탄사건이 발생하였다. 작은 사글세 개척교회였지만 공주농민회를 비롯해서 공주민주교사협의회, 공주인권위원회 등 시민, 인권, 민주화운동의 성지처럼 많은 모임이 세광교회에서 결성됐다.
 
최루탄사건 역시 민주쟁취국민운동 공주시군지부 창립대회로 인해서 벌어진 사건이었다. 몇 안되는 민중들로 시작한 교회지만 민주, 민족, 양심, 인권, 통일에 관심을 갖고 교회가 서 있는 삶의 자리에서 역사와 민족의 문제를 끌어안고 씨름하는 목회를 하였다.
 
그 결과 교회는 매년 옮겨 다녀야 했고 성장하지 못했다. 급기야 IMF 직전에는 시청에서 교회자리를 사서 동사무소를 짓는 바람에 쫓겨나야만 했다. 사글세 10년에 갑자기 교회당을 비워주고 옮겨야 하니 다시 빈손이다. 전세를 살았더라면 전세금이라도 받았을텐데 사글세는 말 그대로 월세를 내고 살던 교회였으니 빈 손이었다.
 
# 쐐기골 세광교회(1995년)
 
비상긴급회의를 열었다. 앞으로 어떻게 할 것인가? 도시에서 2층, 3층 셋방살이 교회를 계속 할 것인가, 아니면 시골로 옮겨 내 땅에서 교회를 할 것인가? 필자는 은근히 농촌목회에 대한 꿈과 빚진 마음이 있었기에 농촌에서 목회할 마음이 있었다.
 
성도들도 동의해 줘서 공주시에서 8km 떨어진 아주 시골 리소재지도 아닌 쐐기골에 자리를 잡게 되었다. 주봉리 소재에는 주봉초등학교가 있다. 금년 1학년 입학생이 없고 6학년까지 세 반 총 18명의 학생이 있을 정도이다. 쐐기골이라는 지명은 이유도 뜻도 모른다. 이장도, 지역 어른들도 무슨 뜻인지 모른다. 다만 필자가 부여하자면 이곳은 더 갈 수 없는 막다른 골목인데 마치 양지 목사가 쐐기를 박은 곳이 아닌가 한다.
 
1995년도 평당 2만원씩 1천여 평을 샀다. 이곳에는 60여 평의 시멘트불럭 슬레이트로 지어진 가마니공장이 있었고 20여 평의 역시 시멘트불럭조 관리동이 있었다. 성도들이 힘껏 헌금하여 공장을 교회로, 관리동을 사택으로 리모델링하여 소박하지만 다시 농촌목회를 시작하였다. 그러니까 도시에서 나오는 성도들이 있었기에 그럭저럭 교회가 유지되었다.
 
근 십년은 아이들 키우랴, 교회유지하랴 정신이 없었다. 그동안 동네 주민들과 가까워지느라 보신탕교제도 하고 시내버스 봉사도 하였다. 1998년에는 성전봉헌식과 함께 시무장로도 세워서 조직교회로 발전했다.
 
2002년에는 1구좌 100만원 100구좌 1억을 모으고 한국목조건축학교의 도움으로 장애인들을 위한 사랑이있는집을 건축하기도 하였다. 장애인, 무의탁 노인 등이 모여 자연스럽게 살아가는 소규모 공동체가 가동되었다.
 
그러다가 죽고 이사 가고 지금은 교회 사택이 되어 여성 지적장애인 한 사람과 함께 살아가고 있다. 장애인들과 함께 하느라 농촌목회는 그리 활발하게 하지 못하였다. 그러다보니 세월만 흘렀다.
 
여기서 우리교회가 하는 몇 가지 프로그램을 소개하려고 한다.
 
▲쐐기마을 윷놀이     © 이상호
 
 
1) 이웃과 함께하는 마굿간 축제
 
우리 교회는 예배당 안에 기둥이 많은 사글세 개척교회였다. 교회의 관심도 소년소녀가장, 장애인, 영세결손가정 등 소외된 이웃에 대한 마음을 썼다. 교회영구표어도 '하나님과 함께, 이웃과 함께 땅끝까지 선교하는 교회'이다. 그래서 매년 교회생일잔치와 성탄절은 이웃과 함께 하고 있다.
 
특히 성탄절에는 지금까지 24회 마굿간 축제를 가져왔다. 예수님이 마굿간에 태어나셨는데 마굿간 같은 교회에서, 마굿간 같은 곳에서 살아가는 이웃들을 초대하여 예수님 생일잔치를 갖는 것이다. 우리끼리만 먹으면 무슨 잔치인가? 이웃과 함께하는 잔치가 진정한 잔치리라.
 
그러다가 18년 전부터는 시낭송회를 갖는다. 1년간 살아오면서 소박하게 지은 시들을 낭송하고 찬양하며 교우들이 준비한 선물을 나누는 것이다.
 
▲ 노인잔치    ©  이상호

 
2) 노인잔치
 
교회가 위치한 곳은 그야말로 노령화된 농민들이 사는 시골이다. 교회 생일 때마다 우리끼리만 밥 먹는 것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어서 마침 지역 봉사단체 '사랑만들기'의 재능기부로 음악회와 노래자랑을 펼친다. 이때는 완전히 유행가 딴따라 수준이다. 몇 년 했더니 지역 노인회에서 이제는 마을 행사를 교회에서 갖겠다고 한다.
 
3) 전교인 역사기행
 
초기에는 장애인들과 함께 춘장대해수욕장, 포항, 거제, 제주, 무주구천동 등 전교인수련회를 다녔다. 그러다가 최근에는 기독교 역사기행을 다녔다. 우리 교회 성도 수는 관광버스로 한 차 정도다.
 
매년 전교인 야외예배를 주로 기독교 역사가 있는 곳으로 제1회 여수 애양원을 필두로 해서 제암리교회 해미순교지, 이천 한국기독교역사박물관과 미리내성지, 소록도, 전북지역 기역자교회와 예수병원 서현교회, 서울 양화진외국인선교사묘원과 정동길, 청주지역 기독교역사순례, 그리고 금년에 제8회 예산지역 예동교회 등 전국을 누빈다. 주일에 멀리 가다보니까 차 안에서 주일예배는 이루어진다. 요즘엔 차량 시스템이 좋아서 집중력이 있고 아주 효과적이다.
 
 
▲서울기독교역사기행 - 배재학당역사박물관    

 
4) 반장과 지역사회 봉사
 
지난 2011년에는 세광교회가 쐐기골에 들어온 지 16년째를 맞아 양지 목사가 반상회를 통하여 반장이 되었다. 작은 마을인데도 불구하고 두 패로 나뉘어 반목하는 모습이 안타까워 반회에 갔다가 주민들이 모두 하나가 되어 목사가 반장 일을 맡아주면 좋겠다고 하여 수락을 하였다.
 
초등학교, 중등학교에서도 못해 본 반장이다. 100교회 노회장 보다, 200교회 공주시기독교연합회 회장(모두 역임)보다 소중한 직분으로 여겨 마을을 하나로 만들고 정기모임도 없었는데 정기모임을 만들고 대보름 때는 윷놀이도 하고 어려운 주민들을 섬기다보니 주민접촉과 관계가 더욱 좋아졌다.
 
5) 게이트골프장
 
교회는 천여 평에 60평 예배당, 식당 26평, 사택 엔학고레(찻집) 60평에 나머지 주차장과 특별히 300여 평의 잔디밭을 가지고 있다. 교회 앞에는 나무들이 자라 그늘에 60여 명 쉴 수 있는 식탁과 의자가 구비되어 있다. 문제는 잔디밭이다.
 
농촌에서 땅 한 평이라도 작물을 심어야 하는 마당에 잔디밭을 놀린다고 하는 것은 미안한 일이다. 전국의 전원교회 탐방을 통해서 새롭게 고안해 낸 게이트 골프장으로 아이들부터 노인에 이르기까지 심심풀이로 이용되고 있다.
 
▲구순의 게이트 선수     © 이상호

 
6) 주보와 홈페이지
 
세광교회는 처음부터 남다른 주보, 주간 8-12면의 주간지로 만들어 300여 부까지 발송한 적이 있고 지금은 인터넷 시대를 맞아 주보발송은 줄이고 대신 홈페이지 활동으로 오지 쐐기골교회가 세상과 소통하고 있다.
 
주보는 매주 발행하여 지금까지 30권 째 통권 1519호의 주보를 만들었고, 홈페이지(sk8404.or.kr)는 매일 2-300명의 방문자를 맞고 있다. 클릭 한번이면 세계 어디서나 들어올 수 있는 열린 교회이다. 특히 오늘을 여는 유머는 매일 유머와 함께 양지 목사의 일정을 올리는 곳으로 무려 3,450여 개의 유머가 올려져 있다.
 
# 민족과 함께 하는 공주세광교회
 
2010년대에 와서는 교회 이름을 바꾸었다. 세광교회에서 공주세광교회로, 전국에 세광교회가 너무 많아서 지역 이름을 추가하였다. 교회가 서 있는 삶의 자리에서 역사와 지역, 민족의 문제를 끌어안고 씨름하는 목회가 그리 쉽지는 않다. 교회도 그리 성장하지는 못했다. 아니 요즘엔 한국교회 침체기를 맞고 폐농시대를 맞아 되레 교인수가 줄고 있다.
 
그러나 뜻있는 분들의 도움으로 작년까지 대전충남목회자정의평화협의회 회장으로 섬겼고 금년에는 우리겨레하나되기대전충남운동본부 상임대표를 맡고 있다. 노회적으로는 교육부장과 함께 통일 및 사회위원장을 맡고 있고 지역에서는 공주기독교역사위원장과 함께 이인면기독교연합회장도 맡고 있다.
 
총회적으로도 한국기독교장로회 총회역사위원장을 맡고 있는 등 대내외적인 일들을 맡고 있다. 목사 개인의 약력을 첨가하는 것은 교인들이 이해를 해주고 협력해 주기 때문에 할 수 있는 일들이라 여기기 때문이다.
 
최근에 교회 종탑을 세웠다. 종탑이 없는 공장을 리모델링한 예배당인데 실제로 종이 있는 종탑을 소원하였다. 관계를 잘 해두어 종을 쳐도 시비할 사람이 없기 때문이다. 문제는 종이다. 지금은 종을 치는 시대가 아니라 종을 만들지 않는다.
 
▲ 최근에 세워진 종탑    © 이상호

 
그래도 오랫동안 기도했는데 아주 가까운 곳에 종이 있었다. 교회 인근에 기도원이 하나 있다. 벌써 10여 년 전에 원장님이 연로하셔서 기도원 역할을 쉬고 있다. 원장은 우리 교회에 나온다. 그런데 바로 그 기도원에 옛날 종탑이 있었다. 기쁘게 종을 주셔서 종탑을 세우고 매주일 종을 친다. 사랑의 종, 복음의 종, 기쁨의 종, 추억의 종, 감사의 종이 되어 주민들의 가슴에도 복음의 싹이 트길 바란다.
 
# 나가는 말
 
지난 4월 13일 교회창립기념주일에 전교인 사진을 찍었는데 맨 앞줄에 다섯 명의 동네 아이들이 앉아 있었다. 한 영혼은 천하보다 귀하고 이렇게 외진 시골에서 어린이 한 명은 일당백이다. 한 교사의 헌신과 사랑으로 동네 아이들이 교회에 나와 함께 하고 있다.
 
어린이 학생들은 교회의 희망이다. 조용히 기도하며 침몰하는 '세광선'을 구하기 위해 있는 힘을 다하려고 한다. 교회 마당에 느티나무가 늘 거기에 있어서 교인들과 동네 사람들의 쉼터가 되듯이 별로 하는 일은 없지만 늘 거기에 있어서 버팀목이 되므로 존재의미를 찾는다.
 
문제는 기도와 성실과 실천이다. 목표는 '사랑이있는마을'의 건설이다. 노회나 연합회 일도 중요하지만 교회가 서 있는 삶의 자리에서 말씀을 실천하고 복음을 몸으로 살아 생활신앙을 살다보면 이곳 쐐기골이 사랑이있는 마을이 될 줄로 믿는다. 많은 성원과 기도가 있기를 바란다. ☺
 
[출처: 한국기독교장로회총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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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14/06/09 [04:45]  최종편집: ⓒ christia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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