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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렸을 때는 '쌍천'이 좋은 아호인지 몰랐죠"
쌍천 이영춘 박사 33주기(제3회) 추모 음악회 열려
 
조종안 기사입력  2013/11/30 [07:50]
'한국의 슈바이처'로 불리는 쌍천(雙泉) 이영춘(李永春:1903~1980) 박사 33주기(제3회) 추모 음악회가 25일(월) 오후 6시 30분 전북 군산의료원 로비 공연장에서 열렸다. 의료원 직원과 환자, 시민 등 300여 명이 참석한 이날 행사는 기아대책 군산 새만금이사회와 이영춘 박사 기념사업회, 군산사람들의 맑은 이야기(SNS) 동호회가 공동 주최했다.

▲ 군산의료원 합창단(리더 전수정) 공연 모습     © 조종안


 
음악회가 열린 25일은 평생을 농촌 의료봉사에 헌신한 이영춘 박사가 77세를 일기로 유명을 달리한 날이어서 의미가 더욱 깊었다. 두 시간 넘게 진행된 이날 행사는 이영춘 박사가 초대 원장(1945)으로 재직했던 군산의료원 합창단을 비롯해 개정교회 중창단, 금강문화원, 김정숙 무용단 등의 다채로운 공연이 무대에 올라 찬바람에 얼어붙은 관객들의 가슴을 훈훈하게 녹여주었다.

모세스영아원(원장 전경숙) 이종예 이사는 "일제강점기 일본인 대농장의 조선인 소작농과 환경이 열악한 농촌 보건을 위해 평생을 헌신한 이영춘 박사를 추모하고자 작은 음악회를 마련했다"며 "이번 행사는 이 박사님의 생애와 수많은 업적을 되돌아보기 위해 시민축제 형식으로 계획했으며 시민과 단체, 관공서, 학생 등 자원봉사자들이 참여했다"고 소개했다.

윤순재 목사(이영춘 박사 막냇사위)는 유족대표 인사에서 "아름답고 소중한 음악회를 준비하고 후원해주고 협찬해준 모든 분에게 감사드린다"며 "아버님(이영춘)은 1935년부터 돌아가시는 1980년까지 45년 동안 낯선 땅 군산에서 많은 일을 하셨는데, 그 아름답고 선한 동기가 시민과 함께 아우러져 좋은 열매와 교훈으로 남은 것 같다"며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윤 목사는 선교사 시절인 1993년 몽골에 최대 사립대인 울란바토르 대학을 설립한 인물. 그가 총장으로 재직하던 2006년 5월에는 당시 노무현 대통령이 몽골을 국빈 방문했을 때 이 학교에 들러 대대적인 환영을 받았으며, 한국학 전공 학생 600여 명과 만나 격려도 하고 다양한 의견을 나눴던 것으로 전해진다.

이영춘 박사에게 아호(쌍천)를 선물한 '오영태 개정면장'은 누구?


▲ 구루마에 실려 온 환자를 돌보는 쌍천 이영춘 박사     © 조종안


 
이영춘 박사는 1903년 평안남도 용강군 귀성면 대령리에서 태어나 1929년 세브란스 의전을 졸업하고 황해도 평산에서 공의 생활을 하던 중 농민을 빈곤과 무지, 질병에서 벗어나게 해야겠다는 일념으로 농촌에 정착하기로 결심, 1935년 옥구군 개정면(군산시 개정동) 구마모토(態本) 농장 부속 자혜진료소 소장으로 초빙되어 평생을 농촌 보건사업에 헌신했다.

이 박사의 아호 쌍천(雙泉)은 두 개의 '샘'이란 뜻으로 하나는 영혼을, 하나는 육신을 살린다는 의미가 담겨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이 아호는 해방 당시 오영태(吳永泰) 개정면장이 지어 이 박사에게 선물한 것으로 밝혀졌다. 오 면장은 경성고보를 졸업하고 옥산 공립보통학교(옥산초등학교) 교장과 군산상고 이사를 역임했다. 해방 후에는 이 박사가 설립한 재단법인 농촌위생원 이사를 지낼 정도로 친분이 두터웠던 것으로 전해진다.


▲ 이영춘 박사, 오영태 면장, 김성환 박사(왼쪽부터)     © 조종안


 
이 박사는 <나의 교우록>에서 "1944년 3월 개정면장 오영태씨는 '전년도 개정 면내(面內) 7개 부락 주민 9000명의 사망실태를 조사한 결과 구마모토농장 전속 소작인 거주 3개 부락(개정, 하동, 옥석)은 다른 부락에 비해 사망률이 3분의 1로, 소작인이 반절쯤 거주하는 부락은 2분의 1로 감소하여 그 차이가 현저하다'고 보고 겸 치하를 해주었다"고 회고한다.

특기할 대목은 구마모토농장 설립 년·월이 이 박사 탄생 년·월과 일치하고, 마을 지명도 '우물(샘)이 열린다'는 뜻의 개정(開井)이라는 것. 그러한 뜻에서 착안했는지 모르겠으나 오 면장이 이 박사에게 아호(雙泉)를 선물하였고, 1972년 오 면장이 뇌출혈로 갑자기 세상을 뜨자 쌍천이 애통해하며 호상(護喪)을 맡아 빈소를 지켰다고 한다.

자유기고가로 활동하고 있는 오성열(66: 오영태 면장 손자)씨는 "저의 조부님은 1932년 옥산초등학교 교장으로 부임해서 4년 재임하신 후 40대 초반에 개정 면장을 역임하셨는데, 당시 구마모토 농장 의료소장으로 계시던 이영춘 박사님과 업무적인 일로 자주 만나면서 친교의 연을 쌓았던 것으로 알고 있다"며 옛 추억을 더듬었다.


▲ 앞줄 왼쪽에서 두 번째가 오영태 면장(뒷줄 가운데는 채만식)     © 조종안


 
"제가 어렸을 때 군산시 구암동에서 살았는데 조부님은 구마모토농장과 이영춘 박사 얘기를 자주 하셨고, 조부님을 따라 개정병원과 박사님 자택에도 가끔 갔던 기억이 납니다. 우리 가족은 진료도 개정병원에서 받았어요. 다시 말해 이 박사님은 마을 주민 모두의 주치의였습니다. 저도 이 박사님 아니었으면 세상 구경도 못 했을 것이라고 어머니가 말씀하시더군요.

당시 어머니는 초산(初産)이어서 저를 낳을 때 난산으로 생명이 위태로운 절체절명의 순간을 맞았다고 합니다. 그때 급히 연락을 받은 이 박사님이 담당 의사를 대동하고 오셔서 천신만고 끝에 출산기구를 이용해 가까스로 분만을 마칠 수 있었다고 하는데, 이 사실 한 가지만으로도 박사님은 우리 가족에게 큰 은혜를 베풀어주신 분입니다.

제가 중학생 때로 기억합니다. 하루는 조부님이 '이영춘 박사 호를 내가 지었다'라고 말씀하시기에 신기해서 여쭤보니 '쌍천'(雙泉)이라고 하시더군요. 하지만, 그때는 쌍천이 그렇게 좋은 아호인지 몰랐습니다. 욕할 때마다 튀어나오는 '쌍'이란 음절이 맘에 들지 않았기 때문이죠. 지금은 박사님께 가장 잘 어울리는 호로 회자되고 있는데 말입니다.

조부님과 이 박사님의 우정은 조부님이 뇌출혈로 갑작스럽게 세상을 뜨실 때까지 지속되었으며 장례식 때는 이 박사님이 호상(護喪)을 해주시기도 하는 등 친구를 잃은 슬픔에 누구보다 애석함을 감추지 않으셨던 모습이 지금도 눈에 선합니다. 그래서 제 가슴에는 아직도 이영춘 박사님과 개정병원에 대한 애잔한 추억이 고스란히 남아 있습니다."

오영태 면장은 광무 2년(1898)생으로 비슷한 시기에 태어난 옥구군 임피면 출신 경성 유학생(채만식, 채금석 등) 중 맏형. 특히 불세출의 소설 <탁류>를 집필한 백릉 채만식이 중앙고보 시절 교우들과 함께 찍은 사진에 경성고보 교복차림의 오 면장 얼굴이 보이는데, 왼쪽 다리를 오른쪽 무릎에 올리고 있는 당당한 모습에서 백릉과의 우정도 깊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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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13/11/30 [07:50]  최종편집: ⓒ christia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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