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빡뎅이', 일주일째 손들고 누워서 벌서다

추광규 | 기사입력 2011/04/30 [16:07]

'빡뎅이', 일주일째 손들고 누워서 벌서다

추광규 | 입력 : 2011/04/30 [16:07]

▲지난 4월 1일 자전거를 타고 있는 우리집 둘째 입니다.      © 추광규

'빡뎅이', 우리집 둘째의 별명입니다. 귀염둥이로 불리던 우리집 들째의 별명이 바뀐건 지난 겨울방학 직전의 일입니다.
 
방학을 하면서 받아온 상적표의 점수가 형편 없었기 때문입니다. 60점대를 맞은 과목이 있는가 하면 보통이 70점대 그리고 최고로 잘본 과목이 90점대 초반이었고 평균은 80점을 간신히 넘고 있었습니다.
 
아이에게 은근슬쩍 다른 아이들 점수를 물어보니 대충해서 자기네반 35명중 30등쯤 한 것 같습니다. 그 순간 우리집 귀염둥이는 졸지에 그 신세가 구박덩어리로 떨어져 내렸답니다.
 
이후 구박덩어리는 몇차례 발음의 경음화 과정을 거친후 빡뎅이로 고착되었지요. 즉 구박덩어리-> 구박뎅이-> 박뎅이 -> '빡뎅이'로 말입니다. 
 
평온한 일요일 오후를 뒤흔든 다급한 목소리
 
지난 17일 일요일이었답니다. 점심을 끝낸후 느긋한 오후를 지내면서 방 뒷쪽에서 정리를 하고 있는데 현관문 여는 소리가 들립니다. 순간적으로 제 머리에는 '어? 놀다가 4시쯤 들어 온다고 하더니 빨리 들어오네. 나가서 재미가 없었나?'하는 생각이 떠오르더군요.
 
4시에는 드럼을 배운다고 교회에 가야했기 때문입니다. 또 둘째아이는 친구가 와서 같이 자전거를 끌고 공원쪽으로 놀러간게 불과 20여 분이 채 안되었기 때문입니다. 이때 시간은 2시 10분쯤 이었구요. 아내는 교회 중등부 교사를 한다고 집에 없었답니다.

뒷쪽에서 문 열고 들어오는 소리를 들으며 짐 정리를 마저 하고 있는데 아빠를 부르는 다급한 목소리가 들려 옵니다.
 
"아빠! 아빠!"
"응 왜 그러냐!"
"아빠 내 손이 이상해! 많이 다쳤나봐!"
 
빠르게 앞으로 나와보니 현관에 아이가 새파랗게 질린채 제 친구하고 서 있는 거였습니다.
 
"어디를 다쳤는데!"
 
제가 다급하게 묻자 아이는 자신의 팔목을 보여줬습니다. 팔목이 제 두께의 한배 반 이상은 부풀어 올라 있는 것 같았습니다. 척 보기에도 부러진 정도가 아니라 아예 팔 목 자체가 흔들거리는 것처럼 보였습니다.
 
"야! 병원에 가야 하니까. 엄마 부를동안 얼른 수돗물 찬물 틀어 놓고 거기에 대놓고 있어"
 
다급하게 아이에게 말을 하고는 교회로 전화해 전도사님께 부탁했지요. '죄송한데 예배중이겠지만, 집에 일이 생겼으니 이미란 집사(아내)에게 바로 집으로 전화를 하라고 전해 달라'고 말입니다. 동네 정형외과 전화번호를 찾아서 전화를 하니 일요일에는 진료를 안한다면서 단원병원 응급실로 가라는 거였습니다.
 
단원병원으로 전화를 막 거는데 아내에게 곧 바로 전화가 왔더군요. 길게 얘기할 새도 없이 '정연이가 다쳐서 병원으로 가야하니까 바로 집으로 오라'고 말했답니다. 또 단원병원 응급실로 전화해 위치를 확인한 후 준비를 마친지 5분여 만에 아내는 숨을 헐떡 거리면서 집으로 들어서더군요.
 
뛰어 오면서 별별 생각을 다했다는 겁니다. 왠만해서는 그렇게 제가 다급하게 말을 안할텐데 사고가 나도 크게 사고가 난것 같아서 어떻게 뛰어오는지도 모르게 뛰어 왔다는 겁니다. 곧 바로 아내와 둘째 빡뎅이를 차에 태우고 단원병원으로 향했지요.
 
사고는 자전거가 넘어지면서 손을 바닥에 짚는 과정에서 생긴 부상이었습니다. 그것도 자기 자전거를 타다가 사고가 난게 아니라, 자기것의 1배반쯤은 되는 큼지막한 친구 자전거를 한번 타본다고 올라 탔다가 운전 미숙으로 그런 사고를 내게 된것이지요.
 
또 처음 다친 다음에 팔못이 아파서 문지르고 별것 아니라고 생각했는데 점점 아파오고 크게 부풀어 오르자 집으로 곧 바로 돌아온 거였습니다. 둘째가 자전거를 배운게 이제 겨우 두달째 입니다. 자전거를 사줄때 빨리 익히고 타기 쉬우라고 아동용으로 자그마한 자전거를 사줬었는데 이제 제법 익숙해졌다고 다른 큰 자전거에 도전 했다가 그만 대형사고를 친 겁니다.
 
복합골절, '내일 정형외과 과장님이 나오시면....'
 
단원병원 응급실에 도착한 후 가장 먼저 한일은 수속 절차를 마치고 X-ray 촬영. 사진을 들여다 보던 의사선생님은 아이의 상태가 심각하다고 말하는 겁니다.
 
"음 여기 사진 보이시지요. 왼손처럼 정상일때 뼈는 이렇게 보이는데 지금 환자분 상태는 손목을 이루는 큰 뼈는 완전히 부러져 있고 그걸 지지하는 작은 뼈는 부러져 옆으로 튕겨져 나가 있는 상황 입니다. 문제는 성장판이 다쳤는데 상태가 좋지 않군요"
 
아내가 다급하게 물었답니다.
 
"어떻게 해야 하지요......"
"수술은 필수구요, 다만 핀을 박아서 안정을 시켜볼것인지 아니면 열어서 부러진 뼈를 바로 잡을지는 내일 정형외과 과장님이 나오셔서 결정할 문제 입니다."
 
▲응급싫에 입원한 둘째 정연이      ©추광규
아내와 상담을 마친 의사선생님은 곧 바로 응급처치를 시작했습니다. 튀어 나와 있는 뼈를 최대한 끌어 당겨서 압박붕대로 칭칭 동여매는 거였지요.
 
거기에 더해 부기가 심하기 때문에 심장 밑으로 손이 내려오면 안된다면서 링게루 병을 꼽는 지지대에 손목을 묶어서 들고 있으라는 조치를 내렸습니다.
 
그렇게 해놓으니 벌을 서는 모습과 비슷합니다. 자전거 배운지 이제 겨우 두달여만에 조금 익숙해졌다고 한손으로 자전거를 타기도 했고. 
 
집에서 승용차로 30분거리인 오이도를 친구하고 자전거를 타고 가다가 들통나지를 않나 여튼 자전거 초보딱지를 떼고 천방치축으로 날뛰다가 이정도 사고로 그친게 그나마 천만다행이지요.
 
수술은 두시간, 한동안 입원해야
 
다음날 오전 10시 수술시간이 잡혔답니다. 정연이가 전날 입원하면서 찍은 X-ray 사진은 인터넷을 통해 집에서 쉬고 있는 정형외과 과장님에게 보내졌고 곧 바로 10시에 수술시간을 잡았기 때문입니다.
 
수술의 관건은 핀을 박아서 부러진 뼈를 고정할 수 있으면 다행이지만 그게 여의치 않을 경우에는 손목부위를 약 4cm 가량을 절개한 후 부러진 뼈를 안쪽에서 붙잡아 바로잡고 봉합하는 수술 과정을 거쳐야 한다고 했습니다.
 
핀으로 고정하게 되면 수술시간은 30분 남짓 마취 깨어나는 시간까지 1시간 이내에 나올 수 있다고 했는데 수술방에 들어간지 1시간이 넘어도 회복실에 '추정연'이라는 이름의 불은 켜지지를 않았습니다.
 
3층 수술실 대기실에는 수술을 하고 있는 환자들의 이름이 알림판에 표시되어 있고 수술이 끝난후 회복실에 들어간 환자는 그쪽에 이름이 실시간으로 표기되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저와 아내는 초조하게 기다리고 있는데 마침내 회복실로 옮겨졌다는 표시가 뜨더군요. 수술시간만 1시간 반이 넘게 걸렸습니다.  의사선생님이 수술결과를 설명하기 위해 밖으로 나오셨습니다. 아내가 다급하게 물었습니다.
 
"수술은! 수술은 어떻게 되었지요........."
'예, 수술은 잘되었구요. 핀으로는 고정이 도저히 불가능해 열어서 뼈를 맞춘 후 수술을 마쳤습니다."
 
그랬습니다. 어떻게 해서라도 외부에서 뼈를 맞출 수 있는 상황이 아니어서 피부를 절개한 후 안에서 맞추었다는 것입니다. 어쨋든 수술이 잘끝났다니 다행이라는 생각뿐이었습니다.
 
수술을 마친 둘째는 병실로 올라왔고 그때부터 본격적인 '손들고 누워있는 벌'이 또 시작이 되었습니다. 그것이 오늘로 일주일째 입니다. 다행히 수술경과가 좋아 입원을 2주일 예상했는데 수술한지 8일만인 월요일날(25일)퇴원 수속을 밟으라고 하더군요.
 
다행이라는 생각 뿐입니다. 자동차 운전도 초보딱지를 떼면 방심하다 사고를 내곤 하는데 자전거도 마찬가지겠지요. 자전거 운전도 똑 같은 운전이니까 말입니다.
 
▲둘째 아이가 수슬을 마치고 병실로 온라온 직후 입니다. 둘째 추정연은 올해 안산 초지 초등학교 6학년 이랍니다.     ©추광규


어제는 하루종일 행사가 있었던 관계로 밤 늦게서야 병원에 갈 수 있었답니다. 귀가한후 옷을 갈아입고 밤 11시쯤 아이가 입원해 있는 병원으로 갈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6인실 이지만 정연이를 포함해 3명의 아이들이 있기에 조용한 편입니다. 11시가 넘었다고 불은 꺼져 있지만 둘째 아이의 눈은 말똥말똥 합니다.
 
환자복을 입은채 부상을 당한 오른손은 붕대를 칭칭 감은채 들고 있고, 또 한손에는 링게루 주사바늘을 꽂은채 누워있는 정연이의 모습이 애처로우면서도 귀엽기만 합니다. 초등학교 6학년 사내아이의 볼에 뽀뽀를 두번 씩이나 진하게 해주었답니다. 아니 한 번 더 해 줬습니다..................
 
"에구구... 너는 너무 귀여운게 유일한 흠이야 흠...쪽~ 쪽~ !!!"
"에잇 한번 더 뽀뽀..................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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