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민들 시선은 '바다'가 아닌 '발전소'에

시화조력발전소 3일 가동시작 어패류 중금속 오염 되지 않았을까

추광규 | 기사입력 2011/08/13 [05:37]

어민들 시선은 '바다'가 아닌 '발전소'에

시화조력발전소 3일 가동시작 어패류 중금속 오염 되지 않았을까

추광규 | 입력 : 2011/08/13 [05:37]
어민들의 삶은 바다를 그 터전으로 하기에 그 시선은 바다로 향해 있어야 할것 입니다. 하지만 지난 6일 찾아가 본 오이도 어민들의 시선은 바다 넘어 제방 중간에 있는 발전소에 쏠려 있었습니다. 바로 지난 3일부터 발전을 시작한 '시화조력발전소' 때문 입니다.
 
▲오이도 뚝방에 세워져 있는 '오이도'표지석  ⓒ 추광규     

 
당초 오는 11월부터 전기를 생산할 것으로 알려져 있던 시화조력발전소는 증가하는 전력 수요에 대비한다는 명목으로 지난 3일 오전 40여명의 수공 임직원과 시공사 관계자등 소수의 인원만 참석한 가운데 발전 개시 행사를 열고 전기생산에 들어갔기 때문입니다.
 
이날 시화조력발전소를 운영하는 수자원공사는 "총 10기의 발전기중 시험운전이 끝난 6기를 우선 가동했다"고 밝혔습니다. 이로서 지난 2004년경 부터 시작된 발전소 건설이 사실상 완료된 것입니다.
 
시화조력발전소는 오는 11월 나머지 4기까지 가동에 들어가면 인구 16만명의 도시에서 사용할 수 있는 양인 하루 25만4천㎾, 연간 5억5천200만kWh(소양강댐의 1.56배)의 전기를 생산하게 된다고 합니다.
 
어민들 "이런 바닷물속 고기를 팔거나 먹을 수 있느냐"
 
시화조력발전소 문제는 어민들에 의해 2004년 착공직후인 2005년 경 부터 꾸준하게 제기되어 온바 있습니다. 오이도 어민들은 어촌계를 중심으로 2005년 부터 수차례에 걸쳐 '퇴적토 처리'와 '상류 유입수 정화'를 요청했지만 어민들의 요구는 그동안 단 한번도 받아 들여지지 않았습니다.
 
급기야 오이도 어촌계 어민 200여명은 지난 5월 26일 시험발전을 준비중인 조력발전소 인근에서 '시화호내 퇴적토 처리 및 시화호로 유입되는 시화반월공단의 간선수로 정화를 선행한 후 가동하라'는 요구를 내걸고 시위를 펼친바 있습니다.
 
또 지난 6월 22일에는 비가 거센 가운데 다음날인 23일 오후까지 54척이 동원돼 해상선박시위를 펼치기도 했었습니다. 태풍예보 속에 수공이 이 기회를 이용하여 시화호의 물을 최대한 방류 할 것이라는 판단에서 였습니다.
 
어민들을 대표하는 이희근 오이도 어촌계장은 지난 6월 집회에서 "이런 바닷물 속 고기를 팔거나 먹을 수 있느냐"면서 "보상할 돈으로 퇴적토 등의 문제를 해결하여 정상적인 어업이 가능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 요구했었습니다.
 
▲지난 5월 26일 조력발전소 공사장에서 시위를 펼치고 있는 오이도 어민들  ⓒ 김영주    
  
하지만 이 같은 요구와 관련한 어민들의 불만은 상황이 많이 바뀐것 같습니다. 여전히 조력발전소 가동과 관련해서는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지만 수자원공사측과 합의가 잘되고 있다며 '퇴적토 문제'와 관련해서는 조심스런 목소리를 내고 있기 때문입니다. 아니 당초의 요구조건은 깨끗이 철회된 상태였습니다.
 
7일 전화통화에서 이희근 오이도 어촌계장은 "발전소가 현재 가동 되고는 있지만 전체 10기중 6기 뿐이어서 유출입되는 물의 양이 본격 가동되는 것에 비해 20~40%에 불과해 피해여부를 가늠하기는 어렵다. 또한 본격적인 조업철이 아니어서 피해 여부를 따지기는 어렵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계속해서 "월곳 대부 소래 어촌계는 수자원공사와 어업피해보상 약정서를 체결했고 우리 오이도 어촌계도 수자원공사에서 어민공동시설을 설치해 주는 조건으로 조만간에 약정서에 서명할 예정"이라며 당초 퇴적층 준설과 상류 유입수 정화를 내걸었던 입장에서 대폭 물러선 태도를 나타냈습니다.
 
수자원공사의 설득이 먹혀 들어간 셈입니다. 실제 그동안 오이도 어촌계가 반발하는 가운데에서도 시공사인 대우건설은 "시뮬레이션 결과 시화호 조력발전소 가동 후 15일 만에 시화호의 수질이 화학적 산소요구량(COD) 기준 현재의 3.7ppm에서 바깥쪽 바다 수질 수준인 2ppm 수준으로 떨어져 청정화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어민들을 설득해 왔었습니다.
 
그렇지만 제가 보기에는 조류 소통이 이루어지기에 당연히 화학적 산소요구량은 개선될 수 밖에 없지만 문제는 조력발전소가 가동됨으로서 지난 십 수년 동안 시화호 바닥에 쌓여 있던 퇴적층이 시흥 내만권으로 흘러 나올 수 밖에 없다는 것에 주목하는 것입니다.
 
이는 저만의 문제 제기가 아닙니다. 비록 지금은 입장이 바뀌었다고 하지만 오이도 어민들이 지난 수년동안 줄기차게 제기해 왔었고 불과 한달 보름여전만 해도 심각하게 문제를 제기 했던 사안이기도 합니다.
 
지난 2004년 실시된 서울대 용역조사 결과에 따르면 시화호 준공후 쌓인 퇴적층이 4m에 달한다고 보고한바 있기에 그동안 조류가 원활하게 소통되었다고 하여도 일정량은 추가로 쌓여 있을 것입니다.
 
비록 바닥 표층은 배수갑문을 통한 해수소통으로 안정된 생태계가 형성되어 있다고 하여도 표층에서 불과 수십cm 밑에 쌓여 있을 4m 가량의 퇴적층이 문제라는 것이지요.
 
현재 배수갑문은 시흥과 안산 대부도를 잇는 시화방조제 서쪽 끝인 대부도 선착장 지점에 위치해 있습니다. 시화호를 정 사각형으로 생각한다면 한쪽 모서리 끝에 갑문이 설치되어 있습니다.
 
이와 반해 시화조력발전소는 정사각형 한쪽면의 가운데쯤에 위치해 있기에 기존 배수갑문과는 약 5km이상 떨어져 있어 그동안 쌓여 있던 퇴적층이 조류가 소통되면 필연적으로 바다로 흘러 나갈 수 밖에 없습니다.
 
그렇다면 조류 소통으로 그동안 막힌채 쌓여있던 퇴적층이 안정화 될 때 까지는 다량의 중금속이 함유되어 있는 퇴적물이 시흥 내만쪽으로 흘러 나가 바닥에 가라 앉으면서 그 영향은 상당기간 지속 되리라는 것은 상식일 겁니다. 
 
정부관계부처 먼저 나서서 생선 안전한지 확인 해줘야
 
오이도 어촌계의 경우 크게 이작도등 경기 서남해 외해권에 10톤 내외의 중형급 어선을 이용해 안강망을 설치해 고기를 잡아다 파는 어민들과 시화 내만권에서 1톤 내외의 선외기가 달린 소형 어선으로 유자망 등으로 각종 생선을 잡아다 파는 어민들이 있습니다.
 
문제는 경기 외해권에서 조업을 하는 어민들의 경우에는 크게 문제가 될 것 같지는 않지만 시화조력발전소에서 내보내는 조류에 섞여 흘러 나오게될 퇴적물의 직접적인 영향권안에 놓이게 되는 시화 내만권에서 소형 어선을 이용해 어로작업을 하는 어민들이 잡아온 생선이 문제가 될 것 같습니다.
 
이곳  어민들이 주로 어획하는 생선은 봄철에는 광어와 병어 꽃게를 비롯한 다양한 어종이 잡히고 본격적인 조업철인 가을철에는 전어 숭어 꽃게 그리고 김장철을 맞아서는 새우가 주 어종이기도 합니다.
 
6일 자신들이 잡아온 생선을 팔고 있는 어민에게 '시화조력발전소 문제가 어떻게 되고 있느냐' '오염된 시화호에서 흘러든 오염층과 생선은 문제가 없느냐'고 물으니 난처한 표정으로 '협상이 진행되고 있다'고 만 말합니다. 또 다른 어민은 '모르겠다'며 생선이 담겨 있는 물그릇으로 시선을 곧장 돌리고 말더군요.
 
이곳을 찾은 시민에게 '시화조력발전소가 발전을 가동해 시화호내의 퇴적층이 바다로 흘러들고 있는 것을 아느냐'고 물으니 '전혀 모른다면서 그런데 무슨 문제가 있느냐'고 되묻기까지 했습니다. 어떤 문제가 있는지조차 전혀 인식하지 못하고 있는 겁니다.
 
▲ 6일 찾은 오이도 선착장에는 전어와 병어를 잡아다가 즉석에서 손질해 손님들에게 파는 손길이 분주했습니다.  ⓒ 추광규   
  
  
이 같은 점을 고려한다면 시흥시나 식약청등 관계 부서에서 먼저 나서서 시화 내만권은 물론이고 시화조력발전소에서 방류된 조류가 영향을 미치는 경기내만권등을 포함하는 수역에서 잡히는 어류에 대해 중금속 함유 검사를 실시 해야만 하지 않는가 합니다.
 
이미 완공되고 가동되는 시설에 대해 시비를 걸 생각은 없습니다. 다만 조력발전소 가동으로 그 수역에서 잡히는 생선과 패류가 안전한지 여부는 알아야만 할 것 같습니다. 만약 아무런 대책없이 조류 소통에도 불구하고 영향이 없다는 시공사 측의 시뮬레이션 결과만 믿고 방치할 경우 시화조력발전소 가동으로 수도권 주민들의 식탁을 심각하게 위협할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  오이도에는 어류뿐 아니라 소라 고동 굴 동죽등 패류도 상당량이 채취되고 있습니다.    © 추광규


그나마 수면 상층부에 서식하는 '전어'나 '병어' 그리고 '삼치'는 영향을 덜 받겠지만 이곳 일대에서 많이 나오는 패류인 '동죽'과 '굴', 뻘층에 서식하는 '낙지'와 '주꾸미', 거기에 더해 뻘에 함유되어 있는 유기물을 먹이원으로 하는 '숭어'의 경우 그 영향을 직접 받지 않을수 없기 때문입니다.
 
특히나 오는 15일 부터는 꽃게 금어기가 해제돼 이곳에서 잡히는 양만 해도 일일 수천kg에서 많게는 몇만kg에 달하는 꽃게들이 유통되기 시작할텐데 과연 저서층에서 서식하는 꽃게가 중금속이 함유된 뻘층을 이동하다 잡혔는데도 아무런 오염이 없을 것이라는 주장은 도저히 믿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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