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이의 꿈 할머니와 함께 살고 싶어요!

안성시 삼일교회 진민현 목사..'그냥 배 안고프게 안 춥게...'

김성호 기자 | 기사입력 2011/04/30 [12:45]

사랑이의 꿈 할머니와 함께 살고 싶어요!

안성시 삼일교회 진민현 목사..'그냥 배 안고프게 안 춥게...'

김성호 기자 | 입력 : 2011/04/30 [12:45]
유난히 추웠던 지난 겨울, ‘올해 들어 가장 춥다‘는 기록이 연일 갱신되며, 유가 급등과 구제역 파동 속에 없는 이들의 겨울나기는 그 어느 때보다 힘들었었다.
 
게다가 국내 유일 법정 공동모금기관인 사회복지공동모금회가 수년간 비리와 부정을 저질러 온 것이 내부감사를 통해 밝혀지면서 그나마 우리사회 소외된 곳에 음으로 양으로 스며들어, 쌀이 되고 옷이 되고 연탄이 되었던 기부금 모금은 12년 만에 사랑온도계가 100도 아래를 가리키며, 추운 겨울을 더 시리게 했었다.
 
하지만 꼭 가진 것이 많아야 나눌 수 있는 건 아니라는 평범한 진리를 몸소 실천하고 있다 바로 안성시 삼일교회의 진민현(59) 목사다.
 
▲  사랑이 돌보는 삼일교회 목사부부   © 안성시 무한돌봄센터


삼일교회 뒤에 붙은 사택을 찾았을 때, 그곳에는 네 살배기 사랑이가 있었다. 또래보다 작고 다리가 짝짝이라 잘 넘어지는 사랑이는 생후 6개월 때 받은 심장 수술 후유증으로 발육이 늦고 몸이 약하다.
 
사랑이의 엄마는 아이가 태어나자마자 가출했고 아빠는 빚보증으로 기반을 잃고 일을 찾아 타지로 갔다 연락이 두절되었다. 졸지에 조손가정에서 자라게 된 사랑이는 아픈 할아버지를 대신해, 할머니마저 생계를 책임지기 위해 요양보호사로 나서며, 돌봐줄 사람이 없어졌다.
 
딱한 사정을 옆에서 지켜보다 못한 삼일교회 진민현 목사(59)가 삼일교회로 지난 2008년 사랑이를 데리고 왔다. 아내(박도연. 54)도 흔쾌히 허락했다. 그도 그럴 것이 이집에 ‘새 가족’이 온 건 이번이 처음은 아니기 때문. 사랑이가 오기 전까지 약 3년 동안 이 곳에는 가을(가명. 8)이가 있었다.
 
가을이는 이곳에 다섯 살에 들어와 여덟 살이 되던 해, 친모를 찾아 가족의 품으로 돌아갔다. 다른 것이 있다면 가을이는 위탁 가정의 형태로 데리고 있었지만, 사랑이는 정부의 지원금은 전혀 없는 그야말로 순수 봉사라는 데 있다. 위탁가정의 지원금이라고 해도 월 10만원 수준에 불과하다. 게다 최근 교회의 신도수가 확연히 줄어들어 경제적인 어려움은 점점 커지고 있다.
 
사랑이가 처음 왔을 때, 갑자기 밤에 입술이 새파래져 숨이 막혀오는 것 보고, 진민현 목사 부부는 덜컥 겁부터 났다고 한다. 구급차를 타고 큰 병원을 찾아갔더니, ‘급성후두염’이라는 진단이 나왔다. 마음도 힘들고 병원비도 힘든 상황. 그렇게 몇 차례 응급실을 드나들며 겨우겨우 2년을 버텼고 넉넉하지 않았지만, 신앙과 사랑의 힘으로 사랑이를 길렀다.
 
진목사 집에는 나름 계집아이 키우는 재미가 묻어나는 아기자기한 사랑이의 방도 있다. 사랑 속에 자란 아이답게 낯을 가리는 기색도 없이 장난기가 가득하다. 사랑이는 진목사를 ‘할아버지’라고 부르며, 진목사의 아내를 ‘엄마’라고 부른다. 잘 때에도 ‘엄마’를 떨어지지 않아, 진목사는 졸지에 홀아비가 되었다. 하지만, 사랑이가 건강하게 자라만 준다면 모든 것은 괜찮단다.
 
“신앙의 힘인지, 이상하게 쌀이 떨어졌다 싶으면, 지인들이 쌀을 보내주고, 사랑이 옷이 필요하다 싶으면, 또 어디선가 도움의 손길이 나타나곤 했습니다. 남들 눈에 풍족한 생활은 아니지만, 지금까지 큰 어려움은 없었습니다. 하지만, 신도수가 줄고 시에서 몇 달간 지원해주던 무한 돌봄 지원금도 끊겨, 사랑이를 어떻게 돌봐야 할지 막막하네요.”

▲사랑이      ©안성시 무한돌봄 센터
사랑이의 친할머니는 지난 3월에 민정이를 데려오기로 진목사네 부부와 약속했었다. 하지만 2년 전 사랑이가 이곳에 올 때와 달라진 것은 별반 없다. 할머니는 사랑이를 데려 오면, 출퇴근이 규칙적인 청소부 일을 구하고 싶지만, 나이가 많아 이마저 쉽지 않다. 한달에 20만원씩 하는 월세에 잔병치례를 달고 사는 사랑이의 병원비도 걱정이다. 좋은 옷 한번 입히는 일, 맛난 것 한번 먹이는 일은 꿈이 되어 버린 지 오래다.
 
“다른 집 애들처럼 키우는 건 꿈도 안 꿔. 그냥 배 안 고프게, 안 춥게, 아프면 병원 데려갈 수 있게만, 그 정도면 족해. 낮에만 일할 수 있어도 좋을텐데…” 사랑이 할머니는 현재 이틀근무, 이틀 휴무로 요양보호사 일을 하고 있어, 사랑이를 지속적으로 돌보기 어려운 상황이다. 
 
진목사의 아내도 사랑이를 길러온 지난 2년간 꼼짝없이 매여 있어, 교회의 대소사를 챙길 수 없었다. 몸도 전 같지만은 않다. 그렇다고 아무런 대책이 없는데 무턱대고 보낼 수도 없는 일. 하지만, 아직 노동 능력이 있는 사랑이 할머니가 낮에 일하는 정규적인 일자리를 구하고 어느 정도 경제적인 기반만 다져진다면, 사랑이를 친조모가 데리고 있는 게 더 이상적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사랑이는 할머니와 함께 봄을 맞이할 수 있을까.
 
도움의 손길 보내주실 곳> 신한은행 110-243-614360 예금주 : 강사랑

문의는 안성시 무한돌봄센터 (031_678-5434)로 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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