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치된 '헌옷 수거함'

류재복 기자 | 기사입력 2015/12/18 [20:24]

방치된 '헌옷 수거함'

류재복 기자 | 입력 : 2015/12/18 [20:24]



[류재복 대기자]
밀착카메라에서 주목한 것은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헌옷 수거함들이다. 엄연히 옷을 모으는 곳인데 쓰레기 수거장처럼 변한 곳도 있다. 그리고 가장 궁금한 건 이 옷들이 과연 어디로 가는지 또 누가 모으는 건지 인데, 취재를 해봐도 알 수 없는 경우가 많다. 인천 부평구 동암역 부근. 차도 옆으로 의류수거함이 보인다. 크기와 모양도 제각각인 의류수거함이 300m도 안 되는 거리에 5개나 됩니다. 주택가 골목에도 이처럼 의류함이 설치돼 있다. 그런데 주위를 한번 살펴보면 주변이 온통 쓰레기 더미다.


대부분 무단 투기된 쓰레기들. 이 가운데서는 의류함에서는 수거해가지 않는 전기 매트도 아무렇게나 버려져 있다. 더러운 곳은 이곳뿐이 아니다. 의류함의 옆면에는 온갖 홍보물이 붙어있다. 이삿짐센터 홍보물도 보이고 옆쪽에는 홍보물이 붙어있었던 자국이 지저분하게 남아있다. 그런데 정작 의류함을 어디서 운영하고, 어느 곳으로 수거해가는 지는 그 어디에도 적혀있지 않다. 김근기/인천 부평 : (헌 옷은) 넣어봤어도 누가 가지고 가는지 난 몰라요.] 단체 이름만 적혀있거나, 아무런 표시가 돼 있지 않은 것도 많다. 어느 곳에서 운영하는지는 나와 있지 않고, 불편한 사항이 있을 경우 아래 연락처로 연락 달라며 전화번호가 있는데  옆에는 장애인 마크도 보인다.


지자체 허가를 받지 않고 도로 등에 의류수거함을 설치하는 건 모두 불법이다. 하지만 그동안 일부 수거함의 경우, 장애인 단체나 보훈단체 명의로 불법 운영돼 왔고, 지자체는 이를 용인해 왔다. A씨/의류수거업자 : (장애인 단체 등에) 명의를 빌려달라고 한 다음에, 관리비를 주면서 수거함 철거할 때 구청에 가서 '이거 장애인들이 한 건데 이걸 떼어가느냐'고 싸우기 시작한 거예요.] 이 과정에서 단체 이름을 사칭한 수거함도 생겨났다. B씨/의류수거업자 : 장애인진흥회라던가 딱 (표시) 돼 있는데 전혀 관련 없는 사람이 거기에 깔아놓고요.]


지자체마다 의류수거함 관련 민원만 하루 수차례씩 접수되고 있다. 최교천 팀장/용산구청 건설관리과  "주위가 통이 지저분하니깐 도시 미관상 안 좋으니까 그런 민원이 많이 들어오고 있죠. 일주일에 한 서너 건씩 철거하고 있습니다."라고 말했다. 이 때문에 서울시 25개구 중 17개 구에서는 운영 주체를 특정하고, 수거함을 통일시키는 등 정비사업을 벌였다. 또 수익 일부는 불우이웃돕기 등에 기부토록 했다. 서울 은평구 내에 있는 의류협동조합 창고. 안쪽으로 들어가면 헌 옷이 잔뜩 쌓여있다. 가까이서 보니깐 겨울 파카도 보이고 스카프 그리고 아래쪽에는 이불이 쌓여있다.


은평구 내에 있는 의류 수거함을 통해서 약 일주일 동안 거둬간 옷들이라고 하는데 전체 2.5톤가량 된다. 수거한 헌 옷은 수출업자 등을 통해 현금화된다. 은평구 재활용의류협동조합 관계자는 "(kg당) 300~450원에서 왔다갔다 하고 있습니다. 말레이시아라든지 (헌 옷이) 압축이 돼서 컨테이너로 수출되는 그런 과정입니다"라고 말했다. 수거 과정을 동행해봤다. 수거함에서 쓰레기가 일부 섞여 나온다. 쓰레기 무단 투기 금지라는 플래카드도 내걸려 있다. 이처럼 버려지는 옷가지를 재활용할 수 있는 의류 수거함, 생활 속 기부로 자리 잡기 위해서는 깨끗하고 또 투명한 관리가 필요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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