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국에서 지내는 명절 너무나 행복"

류재복 기자 | 기사입력 2015/09/26 [15:51]

"고국에서 지내는 명절 너무나 행복"

류재복 기자 | 입력 : 2015/09/26 [15:51]



[류재복 대기자]
추석을 하루 앞둔 26일 오전 인천시 연수구 인천사할린동포복지회관 2층 휴게실. 한가위 맞이 윷놀이판에 옹기종기 둘러앉은 할머니 15명의 시선은 오르내리는 큼지막한 윷가락에 쏠렸다. 공중에서 흩어진 윷이 '쿵' 소리를 내며 바닥에 떨어질 때마다 할머니들은 환호성을 내며 손뼉을 쳤다. 광복 70주년이 겹친 이번 추석은 일제강점기 강제징용으로 러시아 사할린에 끌려갔다가 힘겹게 고향 땅을 밟은 동포들에게 더욱 뜻깊다.





1942년 10살의 나이에 가족들과 사할린에 갔던 강정순 할머니(84)는 "올해처럼 의미있는 추석을 맞으니 광복 후 고국 땅을 밟았던 때가 떠오른다"며 "가는 곳마다 얼마나 넓고 아름다워 보이던지 그때 기억은 잊혀지지 않는다"고 회고했다. 할머니는 10년 전인 2005년에 아들(65)과 딸(62)을 사할린에 남겨두고 인천으로 영구귀국했다.


비록 추석에 가족들을 보지는 못하지만 회관에 남아 있는 다른 동포들과 직접 빚은 송편을 먹으며 한껏 추석 분위기를 낼 참이다. 10년 전 한국에 들어온 김소나 할머니(90)는 같이 사는 동료들에게 사할린 전통음식을 맛보이고 싶다며 밀가루와 계란으로 '믈니'를 접시 한가득 부쳐냈다. 사할린에 있는 아들·딸 부부와 명절을 보내지 못해 아쉽기는 하지만 광복 70주년에 추석까지 '겹경사'인 만큼 감회가 남다르다.


할머니는 "사할린에서도 똑같이 송편 빚고 음식 만들어 추석을 쇠지만 고국에서 지내는 명절이 훨씬 행복하다"며 "사할린에 있는 손주손녀들이 보고 싶지만 그래도 동료들과 함께 해 외롭지 않다"고 환히 웃었다. 경상북도 김천이 고향인 김모약 할머니(90)도 "어제 서투른 솜씨로나마 송편을 같이 빚었다"며 "올해는 뜻깊은 추석을 맞았으니 명절 분위기를 내야지"라고 덧붙였다.


1998년 남편과 육남매를 데리고 영구귀국한 할머니는 추석 때 찾아올 아들딸 가족과 단란한 명절을 보낼 계획이다. 인천사할린동포복지회관에 자리 잡은 사할린동포는 모두 88명이다. 대부분 일제 강점기였던 1939∼1945년 러시아 등지로 강제 징용됐던 사할린 동포 1세대다. 복지회관에 거주하는 동포들은 추석 연휴 기간 모두 국내에 머물며 가족이나 동료와 명절을 함께 보낸다.


복지회관 관계자는 "어제는 다 같이 모여 송편도 빚고 생일을 맞은 할머니 6분을 모아 작은 잔치를 벌였다"며 "어르신들이 외롭지 않고 즐거운 명절을 보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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