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럼비와 강정마을에 대한 사랑은 무죄다!"

강정주민과 함께하다 연행된 임보라 목사 자진 노역행 선택

이계덕 기자 | 기사입력 2014/05/21 [05:05]

"구럼비와 강정마을에 대한 사랑은 무죄다!"

강정주민과 함께하다 연행된 임보라 목사 자진 노역행 선택

이계덕 기자 | 입력 : 2014/05/21 [05:05]
제주 해군기지 건설 반대운동 과정에서 벌금형을 받았던 임보라 섬돌향린교회 목사와 시민활동가들이 자진노역을 선택해 서울구치소에 수감됐다.
 
20일  '강정, 부당한 벌금에 맞서는 사람들의 모임'은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방법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사법부는 국민의 정당한 항의행동에 유죄를 선고하며 거액의 벌금형을 남발했다"고 비판하며 자진노역을 결의했다.
 
이들은 "지난해말까지 589명이 기소돼 재판을 받거나 받고 있고, 부과된 벌금 총액은 3억여원에 이른다"면서 "강정마을의 벌금은 과거 사례보다 몇 배나 많이 부과됐는데, 이는 벌금폭탄을 통해 시민사회를 위축시키려는 것"이라고 지적햇다.
 
이어 "국책사업을 반대한다는 이유로 정부가 강정 주민들과 평화활동가들의 평화로운 저항활동을 억압하는 것은 명백한 인권침해"라며 "강정에서의 행동은 정부와 해군, 거대자본이 총체적으로 거짓과 불법, 마을공동체와 자연환경에 대한 훼손과 파괴에 저항하고 이 땅의 생명과 평화를 지키기 위한 정당한 행동이었다"고 강조했다.
 
기자회견이 끝난 뒤 각각 200만원 내외의 벌금이 선고된 '전쟁 없는 세상' 소속 최정민씨와 여옥씨, 섬돌향린교회 임보라 목사 등 3명은 검찰에 자진출두해 노역형을 택하겠다는 입장을 밝히고 수감됐다.
 
임 목사는 "사랑은 무죄가 아니었나요?"라는 기고문을 통해 "난생 처음으로 수배자라는 꼬리표를 달고 있다. 떠올리면 여전히 가슴이 두근거리고 지금 곧 달려가고 싶은 강정마을과 구럼비를 진심으로 사랑하는 것이 죄라면 죄일까?"라고 적었다.
 
이어 "사랑은 무죄라는 노래처럼 '이 기분 이 느낌대로 가슴이 차오르는 이대로 들끓는 나의 마음을 너에게 주고 싶었던 마음을 갖게 된 것이 무죄가 아니고 유죄인 오늘을 살고 있다"며 "2011년 여름 강정에 들어가 처음으로 구럼비에 걸터앉아 밥을 먹고 양말을 벗어던진채 맨발로 다니면서 손으로 만지면 따스한 기운이 온몸을 타고 올라와 가슴이 뛰었다"고 적었다.
 
또 "맨발로 서면 마치 구름을 타고 있는 듯 포근한 기운이 온몸을 휘감고 올라와 가슴이 흔들렸고, 그리운 님 품에 다시 안기듯 애타는 맘을 남겨주었지라는 노랫말을 만들었을 정도로 구럼비와의 첫 만남부터 나는 완전히 빠져들었다"며 "지난 2012년 3월 4일 첫 발파 소식이 전해졌을때 나는 사무실 컴퓨터앞에 앉아 하염없이 눈물을 흘렸고, 발파 이후 구럼비로 향하는 모든 길을 완전히 차단 당하자 성직자들을 포함한 몇몇이 펜스를 뚫고 구럼비로 진입을 했다가 몇몇 목사님과 신부님이 구속수감을 당해 이에 대한 항의표시로 목회자들과 함께 그때 그장소에 가서 공사장에 진입됐다가 연행됐다"고 전했다.
 
임 목사는 "그런저런 연유로 서울에서 제주지법까지 수도없이 오고가면서 그간 선고받은 벌금형보다 더 많은 교통비를 하늘에 뿌려야 했다"며 "서울로도 옮겨주질 않으니 열심히 제주지법을 드나들었고 검찰의 기소이유가 잘못됐음을 증명하기 위해 날밤을 새워 증거자료를 모아 소위 법정투쟁의 투지를 불태우기도 했으나 그 모든 노력에도 불구하고 벌금형과 집행유예라는 무거운 형을 받게 됐다"고 전했다.
 
이어 "그런데 문제라면 문제랄까 강정을 향한 사랑은 식을줄을 모르고 사랑앓이는 계속되고 있다"며 "5월 20일로 예정하고 있는 부당한 벌금형을 노역형 선언으로 고발하고자 하는 분들은 나 외에도 일명 강정 전기톱 체포사건으로 불리는, 2012년 4월 16일 PVC 파이프로 서로를 연결하여 공사저지를 하다가 연행되었던 분들도 함께 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또 "벌금형 200만원은 노역형으로 환산하면 40일에 해당한다. 누구는 일당 5억원짜리 노역형을 살았지만, 우리는 그에 만분의 일 밖에 되지 않는 일당 5만원짜리 노역형이라도 살지 않으면 부당함을 호소할 길이 없다"며 "중학생인 두 딸의 뒷바라지와 이제 시작한지 1년 4개월을 조금 넘는 작은 교회의 목회일도, 세월호 참사로 눈물을 뿌리며 들던 거리의 촛불도 잠시 접어둔 채 일상을 멈추고자 한다. 별스러운 시간이 아닌 것 같아도 나에게 있어서는 금쪽과 같은 시간들이다"라고 덧붙였다.
 
임 목사는 마지막으로 "하지만 먼 훗날일지언정 공안사건으로 취급되어 온 제주 해군기지 건설 저지운동에 대한 사법부의 판결은 사법부의 상징인 ‘저울의 추’가 어디로 치우쳐져 있는 판결이었는지 밝혀지는 날이 올 것이라고 믿고 있다"며 "그래서 외친다. 구럼비와 강정마을에 대한 사랑은 무죄다! 라고..."라고 적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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