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명숙씨는 세광교회를 지키는 사람이다"

[목회자 칼럼]장애우와 더불어 함께 살기(3)

이상호 (대전노회 공주세광교회 목사) | 기사입력 2014/04/14 [04:15]

"우리 명숙씨는 세광교회를 지키는 사람이다"

[목회자 칼럼]장애우와 더불어 함께 살기(3)

이상호 (대전노회 공주세광교회 목사) | 입력 : 2014/04/14 [04:15]
크게 내세울 것 없지만 우리 교회가 장애우와 인연을 맺은 건 꽤 오래되었다. 처음엔 정말 힘들었다. 연신 몸을 흔들며 침을 흘리고 온전치 못한 분들과 함께 예배드리고 공동식사를 하는 건 쉬운 일이 아니었다. 

별로 접해보지 못한 분들과의 만남이었다. 그래서 교회를 그만 둔 분도 있고 때문에 좋게 여겨서 함께 한 분들도 있다. 모쪼록 장애인과 더불어 함께 하는 일은 쉽지 않다고 할 수도 있지만 보람도 있고 좋은 점도 많이 있다. 오늘은 좋은 점들을 써보려고 한다.
 

▲     © 신영수 기자
 
 
봄 꽃 가운데 동백의 낙화는 특이하다. 가장 화려하게 피어날 그 순간에, 가장 아름다운 순간에 떨어진 동백, 땅에 떨어진 후에도 한참을 새빨갛게 타오르는 동백을 묵상하면서 떨어진 꽃의 상징을 ‘실패한 이들’ 혹은 ‘낙오된 이들’이 아닐까 생각해 보았다.
 
경쟁사회에서는 일등만 최고라고 하지만, 일등이 있으려면 이등도 있어야 하고, 꼴찌도 있어야 한다. 그런데 이 사회는 오로지 일등만이 모든 것을 다 독식한다. ‘일등을 하지 않으면 기억되지 않는 더러운 세상’을 살아가고 있다. 직선의 사회에서야 한 줄 세우기를 하지만, 지구는 둥글기에 모두가 일등이고, 내가 서 있는 곳이 중심이다.
 
장애우가 반드시 떨어진 꽃들, 그래서 짓밟히는 꽃들, 그래서 실패한 이들이라고 말하고 싶지는 않다. 다만 내가 하지 못하는 일들을 하는 이들, 허드렛일처럼 여겨지는 일을 하는 이들, 무엇보다도 먹을거리를 제공해 주는 농부와 우리의 의식주의 기본이 되는 것들을 만드는 노동자들은 소중하고 위대한 분들이다.
 
장애우들은 좀 더 다른 분들이다. 우리 명숙씨는 세광교회를 지키는 사람이다. 아마 그에게 지적장애가 없다면 이곳 쐐기골에서 살지도 않고 살 수도 없을 것이다. 그런데 옷 입는 일부터 세탁, 식사, 미용, 목욕, 병원, 관공서 출입, 일체의 나들이 등 도우미가 되어야 하는 복지사 아내의 몫이 필요하지만 우리와 우리 교회에는 축복일 수 있다.
 
교회 청소할 때도 알기만 하면 협조해 준다. 주보만들 때 편집하고 접어주면 봉투에 넣고 접착지 떼어서 붙이는 일은 얼마나 잘 하는지 모른다. 나이를 모르고 숫자를 모르며, 이름도 성(정)을 쓰는데 5년, 명자를 쓰는데 10년이 걸렸지만, 아직도 숙자는 못 쓴다. 그러나 단순노동은 그 누구보다도 잘 한다. 마늘 까고 밤 까고 파 다듬는 일은 아주 잘 한다. 과일도 껍데기 벗기는 일은 잘 하는데 예쁘게 자를 줄은 모른다.
 
모쪼록 적막한 쐐기골에 함께 사는 사람이 있다는 게 얼마나 좋은 일인가? 물론 고집이 세서 한번 틀리면 결코 번복하지 않아 언성이 높아질 때도 있지만 그의 속성을 아니까 비장애인이 장애인에게 맞춰주면 문제없다.
 
더욱이 우리 손자 손녀들이 아주 좋아한다. 명숙씨도 어린 아이 수준이니까 아이들이 오면 귀찮지만 좋아하고 없으면 심심해 한다. 그 외에도 빨래를 널거나 개는 일, 비장애인이 지루해 하는 단순노동, 반복되는 일은 아주 잘 한다.
 
여기서 그 가족들 이야기를 하지 않을 수 없다. 명숙씨 큰 오빠는 서울의 제법 큰 교회 장로이다. 그분에게도 한 쪽 눈에 장애가 있고 저소득층 작은 연립주택에 살고 있다. 그런데 성실히 교회를 잘 다니고 잘 섬기니 장로가 될 수 있었나보다.
 
정장로는 물론, 그의 아내 권사의 내조가 컸으리라. 우리에게도 잘 한다. 없는 살림에 벌써 12년째 양명절과 여름 휴가철에 금일봉을 가져와 명숙씨를 데리고 갔다 명절이 끝나면 데리고 온다. 촌지는 정말 받고 싶지 않은데 없는 분들의 자존심도 있고 그 성의가 커보여서 받고 주기도 한다. 정말 변함없이 꾸준한 교제가 감동을 준다. 명숙씨는 이제 우리 가족이다. 더불어 함께 행복하길 바라며 기도와 응원을 바란다.
 
[출처: 한국기독교장로회총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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