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주의 후퇴 어리석은 권력, 한국사회 절망..."

추광규 기자 | 기사입력 2014/04/10 [04:15]

"민주주의 후퇴 어리석은 권력, 한국사회 절망..."

추광규 기자 | 입력 : 2014/04/10 [04:15]
오는 13일부터 고난주간을 맞이하는 한국교회 그리스도인들에게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 총무 김영주 목사)가 목회서신을 발표했다.
 
NCCK는 "주여, 한국교회를 긍휼히 여기시고 자비를 베풀어 주소서”라는 제목의 목회서신을 통해 세상의 끝자리에 서지 못하는 한국교회에게 고난에의 동참을 요청한 것.     
 
총무 김영주 목사와 회장 박종덕 사령관의 이름으로 발표된 금번 서신에서 NCCK는 한국교회가 너무 많은 물질, 권력, 명예, 성공을 덧입어 교회가 서야할 세상의 끝자리, 낮은 자리에 서는 것을 잃어버렸다며, 오히려 성직과 교회의 세습과 매매, 헌금 유용, 도덕적 불감증 등의 모습을 보이고 있는 한국교회에 대해  가슴 아픈 일이 아닐 수 없다고 고백했다.
 
이어서 권력에 대한 욕망이 한국교회를 병들게 한 또 하나의 주범이라며 일부 교회 지도자들의 역사의식 결여와 탐욕이 한국교회를 더욱 절망에 빠뜨리고 있다고 지적하고 우리사회의 어둡고 약한, 절망의 자리에 빛을 비추는 참 교회의 모습을 회복해야 할 때임을 강조했다.
 
더불어 교회일치 운동은 형제애의 실천이 되어야 한다고 말하고 개 교회의 벽, 교단의 벽, 교회와 세상의 벽, 국가의 벽, 인종과 성과 계급의 차별, 인간과 자연의 벽을 넘어 온 세상이 하나님의 형상이 회복되는 자리까지 나아가야함을 이야기하였다.
 
NCCK는 목회서신을 마치며 세상의 끝자리에서 부활하신 예수에게 교회의 희망이 있음을 말하고, 더 낮아지고 낮아져서 세상의 끝자리에 한국교회가 서야함을 강조하였다.
 
NCCK가 발표한 목회서신 전문은 다음과 같다.     
 
 
 
고난주간을 맞이하는 그리스도인들에게 드리는 목회서신    
 
오는 4월 13일부터 고난주간이 시작됩니다. ‘하나님의 고난’은 그리스도교의 특별한 신앙이며 가장 핵심적인 믿음의 유산입니다. 하나님께서 고난 받으신다는 믿음은, 신자들에게는 더할 수 없는 위로이며 희망의 근거가 됩니다.
 
영광의 자리를 비우시고 고난의 현장으로 내려오신 하나님의 한없는 사랑을, 우리는 고난주간을 통하여 특별하게 경험합니다. 돈으로, 권력으로, 명예나 성공으로 살 수 없는 이런 놀라운 사랑을 베푸시는 하나님을 모시는 그리스도교회는 행복합니다.
 
어느 시인은 ‘끝났다’를 ‘끝에서 나온다는 것’이라고 노래합니다. 언 가지 끝에서 꽃이 피어나고, 어둠의 끝에서 해가 솟아나고, 절망의 끝에 서야 새 희망이 나온다고 말합니다. 끝나야 새로 시작됩니다. 주님의 고난도 이와 같습니다.
 
가장 낮은 자리 끝에 서셔서 새로운 시대, 새로운 세상을 열어 가시는 주님의 역사는 교회가 어느 곳에 서야 하는지를 잘 보여줍니다. 이 세상의 끝자리, 이 시대의 가장 어두운 절망의 자리에 섰을 때, 우리는 비로소 새 시대, 새 세상, 새 생명의 부활이 움트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그러나 오늘 한국교회는 끝자리에 서있지 않습니다. 너무 많은 물질, 권력, 명예, 성공을 덧입어 교회가 서야할 자리를 잃어버리고 말았습니다. 주님의 눈이 되어 주님과 같은 곳을 바라보지 않고, 주님의 귀가 되어 하나님의 음성을 듣지 못하고, 주님의 입이 되어 하나님의 말씀을 세상에 전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오늘 한국교회가 보고 듣고 말하는 것은 광야에서 예수를 유혹했던 사탄의 음성이 아닙니까?
 
돌을 빵으로 만들라는 유혹의 소리가 어느 틈엔지 우리 영혼을 사로잡아 하나님의 말씀보다는 빵을 의지하는 무한경쟁의 성장주의에 빠지게 만들었습니다. 빵으로 사는 것이 아닌 것임을 믿는다고 하면서도 빵을 위해 한 형제자매라고 고백하는 그리스도인끼리도 싸우고 서로 죽이고 있지 않습니까?
 
오늘 우리는 빵이 우리를 살리는 양식이 아니라 죽이는 무기가 되었음을 보고 있습니다. 이 땅의 끝자락에서 피어나는 들꽃을 보기 보다는 빵이 넘쳐나는 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성직과 교회를 매매하고 세습하는 부끄러운 일들을 하고 있습니다. 최근에 몇몇 교회들이 보여주는 수백억대의 교회 매매, 헌금유용, 사회보다 더 타락한 도덕적 윤리적 불감증은 사탄의 유혹 앞에 무너지는 교회를 보는 가슴 아픈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한국교회는 은사 중심의 기적을 통해 부흥 성장했다고 자랑합니다. 그러나 역설적으로 기적 때문에 신학적 성찰은 얕아지고, 일상의 아름다움은 잃어버리고 말았습니다. 기적은 하나님을 이용해 결코 채울 수 없는 인간의 헛된 욕망을 채우려는 것인데, 실상은 영적 갈증과 깊이 연결되어 있습니다.
 
기적은 지금 여기의 부정을 전제합니다. 먹어도 배고프고, 마셔도 목마르고, 같이 있어도 서로가 그리운, 인간관계의 부재를 전제합니다. 기적을 통해 새로운 길이 열릴 것 같지만, 그것은 하나님을 부정하는 일이 됩니다. 왜냐하면 하나님은 이미 우리에게 삶의 인연과 기적을 주셨기 때문입니다.
 
헛된 욕심을 내려놓으면, 서로가 서로에게 기적이 되고, 우리 일상이 신비와 놀라움으로 가득 찬 하나님의 선물임을 볼 수 있습니다. 한국교회는 일상의 기적을 회복해야 합니다. 서로 나누고, 섬기고, 서로 끝자리에 서려하고, 자신의 욕망을 버리는, 자발적 고난을 실천하는 것이야말로 주께서 원하시는 가장 큰 기적이요 은사일 것입니다.
 
권력에 대한 욕망은 한국교회를 병들게 한 또 하나의 주범입니다. 교회는 지난 역사 속에서 세상 권력과 결탁하고, 권력투쟁을 통해 주님의 몸인 교회를 찢어지게 만든 죄를 피할 수 없습니다. 권력을 위해 역사를 부정하고 독재 권력을 정당화하는 몇몇 교회 지도자들의 역사의식 결여와 탐욕은 한국 사회를 더욱 절망으로 빠뜨리고 있습니다.
 
한국 민주주의를 후퇴시키고 역사의 시계를 되돌리는 어리석은 권력 의지에 대해 한국교회는 책임을 져야합니다. 교회가 클수록 책임은 더 크고 무거울 수밖에 없습니다. 겉으로 화려하고 커지는 것이 아니라 속으로 깊어져 우리 사회의 어둡고 약한, 절망의 자리에 빛을 비추는 참 교회의 모습을 진실로 회복해야 할 때입니다.
 
교회 일치 운동은 형제애의 실천이 되어야합니다. 그것은 나를 열고 너를 받아들이는 영적인 사건으로 승화되어야합니다. 개 교회를 넘어, 교단의 벽을 넘어, 교회와 세상의 벽을 넘어, 국가의 벽을 넘어, 인종과 성과 계급의 차별을 넘어, 인간과 자연의 벽을 넘어, 온 세상이 하나님의 형상이 회복되는 자리까지 나아가야 합니다.
 
예수는 그런 하나님 나라를 이 세상에 가져오시기 위해 자기 자신을 허무셨습니다. 겸손과 희생과 믿음으로 자신의 뜻을 내려놓고 하나님의 섭리에 맡기셨습니다.
 
예수께서 십자가에 매달려 사투를 벌일 때, 사탄은 또 다시 유혹합니다. “네가 하나님의 아들이거든 거기에서 내려오라.”(마태27:40이하) 사탄은 오늘도 교회를 유혹합니다. “십자가에서 내려오라. 고난을 피하고 영광을 가져라. 기적을 행사하고 힘을 보여줘라. 네가 왕이 될 수 있지 않느냐?” 사탄은 우리의 욕망을 따라 끊임없이 교회를 흔들고 있습니다. 교회를 왕으로 삼으려 합니다. 우리가 깨어있지 못하면 오늘의 현실처럼 우리는 사탄의 왕국을 교회라고 말하게 될 것입니다.
 
세상의 끝자리에서, 인간 영혼의 어두운 밤 그 끝자리에서, 예수는 부활하셨습니다. 우리의 희망은 여기에 있습니다. 교회를 탐하는 사탄의 능력이 아니라, 교회를 사랑하시는 주님의 사랑을 믿기에 우리는 절망하지 않습니다. 물질에 의해 점점 더 고통의 수렁으로 빠져 들어가는 세상 한 복판에서도, 우리는 주님의 희생과 믿음과 사랑으로 인해 기뻐할 수 있습니다.
 
또 우리는 선택합니다. ‘하나님인가 재물인가?’의 가장 오랜 뿌리 깊은 욕망의 유혹에서 더 이상 하나님을 버리지 않을 것입니다. 죄인이 얼마나 많은 가가 아니라 의인이 얼마나 있는가가 소돔과 고모라의 심판의 기준이었습니다.
 
오늘 우리 한국교회는 남을 가르치기에 앞서 스스로가 의인의 자리에 있는지를 물어야 할 것입니다. 더 낮아지고 낮아져서 세상의 가장 낮은 끝자리에 섰을 때, 우리는 비로소 주님과 함께 웃으며 부활의 영광을 맛보게 될 것입니다.
 
“주여, 한국교회를 긍휼히 여기시고 자비를 베풀어 주소서. 아멘.”
   
 
2014. 4. 7.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회  장   박  종  덕  총  무   김  영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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