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번 주문, 만둣국 비빔국수 동시 대령이요!

[맛집 소개] 재료는 국산, 솜씨는 중국식

조종안 기자 | 기사입력 2013/11/03 [09:29]

한번 주문, 만둣국 비빔국수 동시 대령이요!

[맛집 소개] 재료는 국산, 솜씨는 중국식

조종안 기자 | 입력 : 2013/11/03 [09:29]
바야흐로 11월. 가을과 겨울 날씨가 아침 저녁으로 줄다리기 하는 요즈음. 하루해가 짧아지는 게 날마다 눈에 보인다. 오는 7일은 24절기에서 열아홉 번째 드는 입동(立冬). 겨울의 문턱이요, 시작이다. 그래서 그런지 한낮에는 볕이 뜨겁고 날이 맑다가도 저녁이 되면 문밖을 나서기 꺼려질 만큼 바람이 차다.


 
▲ 만둣국 전문식당 ‘밀기울 만두’     ©조종안


입동은 긴 겨울을 앞두고 천지 만물이 양에서 음으로 변하는 절기로 따끈따끈한 국물이 간절해지는 때이기도 하다. 해서 군산시 미원동 구 미원파출소 건너편에 있는 만둣국 전문식당 '밀기울 만두'를 찾았다. 이곳 만두의 특징은 재료는 국산, 솜씨는 만두의 본고장 중국이라는 것. 넉넉한 인심도 빼놓을 수 없다.

주인 아줌마는 40대 중반의 한족(漢族)으로 주방에서 음식도 만들고, 식구들과 함께 만두도 빚는다. 고향은 중국 길림성 매하구시(吉林省 梅河口市). 군산에 정착한 지 16년됐지만, 아직은 우리말이 서툴다. 장사가 잘 되는지 묻자 "아직 알려지지 않아서 손님은 많지 않지만, 맛을 본 분들은 음식이 모두 맛있다고 칭찬도 해주고 격려도 해준다"며 활짝 웃는다.

아줌마는 음식 솜씨가 이웃에게 김치를 담가달라는 부탁을 받을 정도로 뛰어나고 손끝도 야무지다고. 매년 설날 손으로 만든 만둣국을 맛본 주위 사람들 권유에 용기를 얻어 지난 6월 만둣국 전문식당을 개업하게 됐단다. 그는 "아직 손님도 뜸하고 위치적으로도 불리하지만, 맛에 승부를 걸겠다"며 의욕을 보였다.

만둣국과 비빔국수, 동시에 맛볼 수 있어


▲ 중국식 만둣국. 국물이 고소하면서도 담백하다.     ©조종안

메뉴는 만둣국(6000원), 비빔국수(5000원), 떡만둣국(6000원) 등 세 가지. 그러나 무엇을 주문할지 고민하지 않아도 된다. 만둣국을 주문하면 비빔국수가 양재기로 한 그릇 나오고, 비빔국수를 주문하면 만둣국 한 대접이 서비스로 나오기 때문. 양이 적다고 탓할 필요도 없다. 추가 주문은 공짜여서 '퍼주기 인심'을 실감나게 한다.

만둣국 한 그릇을 주문했다. 오동통한 만두와 환상적인 콤비는 적당히 익은 배추김치. 구수한 사골 국물과 어우러지면서 맛의 진수를 보여준다. 모양도, 맛도 2011년 1월 만주 하얼빈의 유명 만두집에서 먹었던 야채만두와 흡사하다.
 
꽃봉오리 모양으로 빚은 만두피는 질감이 졸깃해서 만두의 참맛을 느끼게 한다. 밀가루 반죽을 적당히 숙성시켰기 때문이란다. 구수하면서도 담백한 국물은 속까지 시원하게 해서 으뜸 해장국으로 손색이 없을 것 같다.


▲ 가족이 둘러앉아 만두를 빚고 있다.     ©조종안

 
또 하나 자랑거리는 만두를 직접 손으로 빚는다는 점. 김치와 깍두기도 아줌마가 직접 담근다. 그래서 하루 영업시간도 짧다. 오후 5시~6시부터는 가족이 둘러앉아 만두를 빚어야 하기 때문. 만둣국 한 그릇에 만두 17~18개가 들어가기 때문에 여간 만들어서는 다음날 소비량을 따라잡을 수 없어 밤늦게까지 작업을 해야 한단다.

만두는 밀가루 반죽을 얇게 펴서 아기 손바닥 크기로 잘라 정성껏 빚는다. 만두의 생명은 꽉 차게 들어간 만두소에 있다고 하는데, 이곳 만두는 야채를 주재료로 한다. 중요한 것은 어떻게 숙성하느냐에 따라 맛이 달라진다는 점. 아줌마는 만두소 재료는 돼지고기·두부·파·당근·숙주나물·채소 외에는 비밀이라며 손바닥으로 입을 막는다.

손님들이 이곳 만둣국을 선호하는 이유는 또 있다. 식이섬유와 미네랄이 대량 함유된 식용 밀기울이 혼합된 밀가루로 만두피를 만들고, 한우 사골을 하루 이상 고아낸 구수한 국물에 끓여내기 때문에 한 번 맛본 손님은 단골이 된다고 한다. 식용 밀기울은 항암·변비·당뇨 등에 효과가 탁월하다는 것은 널리 알려진 사실.

입을 즐겁게 해주는 비빔국수


▲ 침샘을 자극하는 비빔국수. 추가 주문은 공짜.     ©조종안


사각사각 씹히는 깍두기와 함께 먹는 비빔국수를 빼놓을 수 없다. 몸이 나른해지기 쉬운 오후 새콤달콤한 비빔국수 한 그릇은 그야말로 활력소. 도망간 입맛을 잡아주는 밀기울 비빔국수는 면발이 쫄깃하고, 매운 맛도, 단맛도, 새콤한 맛도 크게 도드라지지 않고 조화를 이룬다.

잔치국수는 취급하지 않고 비빔국수만 고집하는 이유는 중국식으로 만들기 때문이란다. 그래서 그런지 국수 가락(麵)이 입에서 씹힐 때 느낌이 예사롭지 않다. 중국인들이 즐겨 먹는 식으로 조리했음에도 느끼하지 않고 맛이 깊고 오묘하다. 씹을수록 매콤달콤한 전통 고추장 맛이 코끝에 감돌면서 깊은 맛을 내기 때문이다.

비빔국수는 누가 뭐래도 양념소스 맛에 먹는다. 자잘하게 썰어 버무린 아삭한 김치 외에는 보이는 게 없는데 고소한 참기름 향이 입맛을 돋운다. 담백한 맛. 여태껏 그 어디에서도 맛보지 못했던 독특한 향미가 입안으로 퍼진다. 비빔국수를 먹다가 서비스로 나온 따끈하고 구수한 사골 국물 한 수저와 오동통한 만두를 하나 씹으면 그야말로 별미.

이 식당의 밑반찬은 풋고추 몇 개와 김치 두세 가지가 전부. 간단하면서도 알차고 맛깔스럽다. 그 집의 음식 맛이 어떤지 궁금하면 김치 맛을 보면 가늠할 수 있다는 말이 있다. 음식에서 김치가 차지하는 비중이 그만큼 높다는 얘기가 되겠는데, 비빔국수와 맛을 돋워주는 깍두기는 개운하고 깊은 맛을 내면서 입을 즐겁게 해준다.


▲ 집에서 담근 밑반찬. 보기에도 맛깔스럽다.     ©조종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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